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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플렉센이 되물었다 "끝까지 맡기면 던지고, 아니면 안나갑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11-14 07:00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이 2대0으로 승리하며 6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환호하는 두산 플렉센과 박세혁의 모습. 고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1.13/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플렉센이 KT 8회초 선두타자 배정대를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1.13/

[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끝까지 던지면 나가고, 아니면 안나갑니다."

이런 투수가 또 있을까. 두산 베어스가 크리스 플렉센의 활약에 활짝 웃었다. 두산은 13일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시리즈 MVP는 플렉센이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호투에 이어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투수로 7⅓이닝 2실점 활약을 펼친 그는 4차전에서 불펜으로 대기했다.

두산은 1,2차전 승리를 확보하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3차전에서부터 플렉센은 "불펜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3차전에서는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두산이 패하면서 시리즈는 4차전으로 흘러갔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두산은 4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1회 1아웃만 잡은 상황에서 조기 강판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불펜을 빠르게 가동한 두산은 김민규가 5회까지 무실점으로 끌어주면서 리드를 잡았다. 이어 세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승진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7회초 수비를 앞두고 1차전 선발 투수였던 플렉센이 마운드에 올랐다. 3차전부터 만약을 대비해 불펜 투구를 자처했던 플렉센은 시리즈가 5차전까지 펼쳐진다면 선발 등판이 예정됐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4차전을 잡아야 하는 두산은 플렉센의 불펜 피칭 대신 구원 투수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플렉센이 어차피 25구 정도 불펜 피칭을 한다. 하루 쉬고 다음날 등판하는 것은 무리가 없으니 상황에 따라 나올 수도 있다"고 예고했고, 현실화 됐다.

경기 막판에 등판한 플렉센의 구위는 계산 그 이상이었다. 7회 1아웃에 강백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장성우와의 승부에서 초구에 병살타 유도에 성공했다. 이어진 8회에도 배정대-박경수-대타 문상철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투구수를 25개 전후로 설정해뒀지만, 워낙 구위가 좋은 까닭에 2이닝을 막는데 필요했던 투구수는 14개에 불과했다.


결국 플렉센은 두산이 추가점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플렉센의 페이스가 워낙 좋아 경기를 끝내려고 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력했다.

두산 벤치는 플렉센의 다음 등판을 염려해 9회 1아웃까지 투구를 염두에 뒀다. 3이닝을 모두 채우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닝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이 플렉센에게 다시 의사를 물었다.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다른 투수로 교체해 경기를 마무리짓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러자 플렉센은 "경기 끝까지 막는다면 던지고, 아니면 9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스스로에 대한 대단한 자존심과 더불어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서 플렉센이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졌고, 그의 위력적인 투구 덕분에 두산이 위기 없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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