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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역대 최장기간' 한화 최원호vs'끝까지 활활' SK 박경완, 같은 처지 다른 대처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0-19 12:45


박경완 SK 감독대행(왼쪽).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스포츠조선DB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데, 사령탑으로서 더 정신차리려고 노력한다(박경완 SK 감독대행)." , "지더라도 접전을 하는게 목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최원호 한화 감독대행)."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에겐 험난한 한 해였다. 두 팀은 올시즌 내내 야구팬들의 시선에 벗어나 있었다. 5월30일까지는 SK가, 31일부터는 한화가 순위표 맨 아랫자리에 위치했다. 8위와의 간격도 멀찌감치 떨어진 그들만의 랑데뷰였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과 박경완 SK 1군 수석코치는 올시즌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아 장기간 시즌을 치르고 있다. 특히 최원호 감독대행은 한용덕 감독이 시즌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사임함에 따라 무려 114경기를 책임지는 입장이 됐다. 이는 1995년 쌍방울 김우열 감독대행의 102경기를 아득히 뛰어넘는 KBO 역대 최장기간 감독대행이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염경염 SK 감독이 지난 6월 25일 경기중 쓰러졌고, 이후 9월 1일 복귀했다가 6일부터 다시 휴식함에 따라 올시즌 총 97경기를 맡게 됐다.

최 대행의 경우 지난겨울 한화 퓨처스팀 감독 부임 전까지 오랜 기간 현장을 떠나있었던 반면 박 대행은 계속 SK에 몸담고 있었던 차이는 있지만, 갑작스럽게 무너진 팀의 1군 사령탑을 맡은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시즌을 대하는 두 사람의 입장에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박 대행은 야구계에서 손꼽히는 '준비된 감독'이다. 선수 시절 팀의 야전사령관인 포수로 뛰었고, 이후에도 SK 2군 감독과 배터리 코치를 거쳐 1군 수석 코치로 재임해왔다. 감독 대행을 맡은 이후에도 적극적인 작전을 펼치는 등 염 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야구관을 밀고 나가고 있다. "내년에 잘 되려면 지금부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 가능한 많은 승리를 거둬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박 대행은 18일 KT 전을 앞두고 "동기부여가 참 쉽지 않은 시즌이다. 사령탑으로 더 정신차리자는 생각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단 시즌 100패, 그 다음은 최다패(97패)를 벗어나고자 했다. 한화와의 탈꼴찌 싸움도 있었다. 매경기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들이 포기를 안 하니까, 감독도 포기할 수가 없다. 요즘은 내가 오히려 선수들로부터 힘을 받고 있다."

반면 최 대행의 시즌 운영은 '순리'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눈에 띄는 파격을 추구하지 않는다. 선수 기용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상 정해진 절차를 밟아 이뤄진다. 신예들의 중용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중 벤치의 움직임도 차분한 편. 선발투수의 4일 휴식, 불펜의 3연투도 없다시피 하다. 부상자의 복귀도 서두르지 않았다. 채드벨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뚫렸지만, 지난 7월 이탈한 김범수는 정규시즌 최종일인 오는 30일에나 1군에 복귀한다. 주력타자 김태균과 정은원도 "정규시즌 종료에 맞춰 서둘러 복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


한화 팀내 경쟁체제 속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게 유일한 목표다. 잔여 경기 목표를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접전을 펼치는 것, 상위팀에서 얕보이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그렇게 무너진 전력을 차근차근 쌓아올렸다. 최 대행의 손으로 한화는 시즌 100패의 위기를 떨쳐냈다. 한때 SK에 승차 없이 따라붙는 등 저력도 내비쳤다. 탈꼴찌를 눈앞에 뒀을 때도 최 대행의 운영은 달라지지 않았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최하위 팀답지 않게 활발하다.

숙원이던 규정이닝을 앞두고 있던 장시환과 김민우는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는 장시환과 달리 김민우는 이렇다할 부상도 없는 상황. 지난 시즌(68이닝) 대비 소화한 이닝(132⅔이닝)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것최 대행은 "선수가 규정이닝 소화를 원했는데, 포기시키려고 설득하는데 2주 걸렸다. 좋은 기억을 남겼을 때 시즌을 마치는 게 낫다. 내년부터 꾸준히 더 잘하면 된다"면서 "지금 우리팀은 올해보다 다음 시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처지, 서로 다른 시즌을 보낸 한화와 SK는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SK는 내년 염경엽 감독이 복귀할 예정이다. 한화의 차기 시즌 새 사령탑은 아직 미정이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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