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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10월 타율 0.133' 고개 숙인 이정후, 타격천재의 시련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0-12 11:57 | 최종수정 2020-10-12 13:13


키움 이정후.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승부욕이 강하고, 목표치가 높은 선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흔들리는 팀, 치열한 순위 경쟁 속 침묵하는 중심타자의 마음고생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3연전, 이정후는 11타수 무안타 2볼넷에 그쳤다. 득점 찬스마다 번번이 범타로 물러났다. 11일 한화 전 8회 2사 1,2루 찬스에서도 헛스윙 삼진이었다.

급기야 이정후는 헬멧을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으며 복받치는 감정을 드러냈다. 팀선배 김하성의 위로에도 연신 분을 삭였다. 감정표현이 드물고 냉정한 이정후에겐 보기드문 면모다. 갈길 바쁜 키움은 1승2패로 시리즈 루징에 그쳤다.

올시즌 프로 4년차인 이정후는 어느덧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KBO리그 대표 타자로 성장했다. 올시즌 타율 3할3푼6리 15홈런 99타점, OPS 0.930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크게 향상된 홈런(6→15개)과 장타율(0.456→0.532)에 담긴 '노력하는 천재'의 면모가 눈부시다.

하지만 다소 지친 것일까. 10월 들어 타율 1할3푼3리(30타수 4안타) 0홈런 1타점 OPS 0.355라는 믿기 힘든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막바지 순위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휴식기를 가질 수도 없다.

타선의 중심인 이정후와 함께 키움도 흔들리고 있다. 10월 성적 4승 6패. 2위 LG 트윈스부터 7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5개 팀 중 KIA 타이거즈(3승8패)와 더불어 가장 부진하다. 손혁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까지 겹쳤다.


헬맷을 내동댕이치며 괴로워하는 이정후. 사진=MBC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키움은 2008년 창단 이래 포스트시즌에 6차례, 한국시리즈에 2차례 진출하며 '신흥 강호'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승은 없다.


현재 75승60패1무(승률 0.556)으로 정규시즌 4위다. 한때 1위 NC 다이노스에 승차없는 2위까지 다가섰던 것을 떠올리면, 6경기반 차이 4위라는 자리는 아쉬움이 크다. 2위부터 5위까지 고작 2경기 반 차이에 불과한 순위 싸움, 어느덧 1경기 차이로 다가선 5위 두산 베어스의 압박감도 만만찮다.

새롭게 사령탑을 맡은 김창현 감독 대행은 지난 2013년부터 키움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일해온 풀뿌리 코치다. 그는 "요즘 (이)정후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을 여러차례 봤다. 워낙 승부욕이 강하고, 목표치가 큰 선수라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꾸준히 3~4번을 쳐온 이정후의 타순은 5번으로 바뀌었다. 김 대행은 "(이)정후와도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얘길 해줬다. 원체 잘하는 선수라 더 타순을 내리긴 어렵고, 5번에서 좀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키움이 이번 가을 한걸음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정후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이정후는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좌절을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을까.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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