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포커스]준우승 감독도·3위 감독도 떠난 키움, 파격의 종착지가 궁금하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10-09 10:11


18일 오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 새 사령탑 손혁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손혁 감독은 키움 선수단과 첫 만남을 갖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주장 김상수, 하송 대표, 손혁 신임 감독, 김치현 단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척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1.18/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김창현 감독대행이 팀의 10대7 승리를 확정짓고 러셀에게 기념구를 넘겨 받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0.08/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끊이지 않는 잡음. 그리고 끝 없는 파격의 연속. 히어로즈표 파격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자생 구단이다. 2008년 KBO리그에 뛰어든 히어로즈는 반신반의 하는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동안 한국에 없었던 프로 구단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거라 기대를 받았다. 어느덧 13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히어로즈는 기존 구단들보다도 훨씬 더 파격적이고 신선하면서도 냉정하고 거침 없는 행보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구설이 구단의 리더들을 중심으로 시작된다는 아이러니도 공존한다.

1년 사이 2명의 감독이 팀을 떠났다. 물론 한명은 재계약 불발이고, 다른 한명은 '자진 사퇴'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재계약이 불발된, 사퇴를 하게 된 배경과 설명이 납득되기 힘들다는 공통점도 있다. 장정석 전 감독의 경우 흔들리던 팀을 수습해 유망주들을 발굴하면서 팀을 키워갔고, 부임 3시즌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지만, 대부분 장정석 감독의 재계약을 낙관했다. 그러나 키움은 장정석 감독보다 팀을 더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라고 판단한 손 혁 감독과의 계약을 추진했고, 장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런데 손 혁 감독도 한 시즌을 채 마치기도 전에 지난 8일 자진 사퇴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상식적으로, 야구계 통념상 정규 시즌 3위를 기록 중인 감독이 그것도 포스트시즌을 코 앞에 둔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키움의 올 시즌 목표가 우승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야구계에서 수 십년 몸 담은 베테랑이 포스트시즌 진출 직전 자신이 팀을 떠날 경우, 선수단에 미치는 동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감독은 아주 무책임하고, 이성보다 충동이 앞서는 지도자다.

불과 하루 전까지 내년에 입단할 1차지명 신인인 장재영에 대한 기대치를 인터뷰하고, 남은 시즌 구상을 이야기하던 감독이 경기 후 마음이 바뀌어 사퇴를 결정했다는 구단의 설명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고마워서' 잔여 연봉을 보전해준다는 '통 큰' 결정 역시 오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사퇴 발표 직후부터 배경을 둘러싼 수 많은 소문이 퍼지고 있고, 구단의 설명은 오해를 끄지 못하고 오히려 더 키웠다. 그동안 감독 선임, 구단 운영과 관련해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히어로즈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던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치르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홍원기 수석코치, 강병식 타격코치 등 베테랑 코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키움은 또다른 파격을 선택했다. 키움 구단은 '관행'이나 '통념', '보통'과 가장 거리가 먼 구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키움은 손 혁 감독이 팀을 떠난 날 1위 NC를 10대7로 꺾고 이겼다. 이런 잡음으로 인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 갑작스레 팀을 이끌게 된 김창현 감독대행 역시 마찬가지다. 키움 선수단은 이장석 전 대표를 시작으로 수 많은 구설이 있는 상황에서도 본인들의 야구를 해왔고, 이는 지금도 키움의 평판과 대외 이미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이런 체계의 기초를 닦고 분위기를 만든 것 역시 구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반복되는 잡음이 플러스 요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도, 승률 0.557 감독도 떠났다. 아마 키움이 선택할 차기 감독은 첫 시즌 6할 승률 이상, 그리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숨에 안겨줄 인물이 아닐까. 리그 최강팀을 만들기 위한 파격의 종착지가 궁금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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