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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 선수들에게 고마워요."
구자욱은 더 나은 길에 대한 고민이 많은 선수다. 2015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매 시즌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로 승승장구 하며 거침 없이 뻗어가던 최고의 왼손 타자. 5시즌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충격의 2할 대 시즌(0.267)을 보낸 뒤 고민이 눈덩이 처럼 커졌다.
사비를 털어 일본에 개인 캠프를 차렸다. 1월 6일부터 보름 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상무 시절 선배인 한화 정진호(32)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간판타자 아카미나이 긴지(32)를 포함, 4명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긴지와 보낸 보름의 시간, 크게 깨우쳤다.
그로부터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크게 치려는 욕심도 훌훌 털어 버렸다. 비워낸 자리에 정확한 히팅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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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타자라면 그 누구는 오케이. 리그 최고의 영파워 강백호 이정후, 3할9푼 타율의 외인 페르난데스 모두 연구 대상이었다.
"정확한 타격을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했어요. 언젠가 경기를 안나가는 날이었는데 강백호가 치는 자세를 유심히 지켜본 적 있어요. 제가 보는 강백호는 엄청난 타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친구의 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대체 왜 잘 칠까. 어떻게 저런 정교한 스윙이 나올까. 일정한 자세로 타격을 하더라고요. 엄청 많이 배웠고, 이정후 타격폼과 스윙도 연구하면서 공부했어요. 페르난데스도요. 그들 외에도 리그에 참 좋은 타자들이 많지만 저한테 맞는 스윙을 찾기 위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불치하문이다.
비록 후배지만 구자욱은 강백호 이정후 등 천재급 후배 타자들의 장점을 쏙쏙 취했다. 구자욱 특유의 부드러움에 후배들의 장점이 스펀드에 빨려들어가는 물 처럼 자연스레 흡수됐다. 그렇게 다시 물 흐르는 듯 한 간결한 스윙으로 SK 최고 좌완 불펜 김정빈의 낮게 제구된 패스트볼을 간결한 스윙으로 담겨 오른쪽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시즌 첫 스윕승을 확인하는 쐐기 3점 홈런. 시즌 6호 홈런이었다.
"이제 홈런 욕심은 전혀 없어요. 그냥 오늘 처럼 정확하게 치려다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홈런은 좋은 것 같아요. 타구질이 좋아진 것 같아 그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죠. 제가 그들의 타격을 보고 얻었으니까요."
구자욱은 지난달 27일 롯데전부터 홈런 2방 포함, 5경기 연속 안타로 7타점을 쓸어담았다. 득점권 성적이 좋지 않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돌아온 '3할 타자' 구자욱, 그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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