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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드릴 말씀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따로 없습니다."
한용덕 감독은 2018년 이글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한 감독은 1988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 15시즌 동안 120승을 거둔 '원클럽맨' 레전드다.
한화를 거쳐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코치와 수석코치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지만, 무너진 친정팀의 러브콜에 망설이지 않았다. 이글스 스피릿의 회복을 위해 영구결번 3인방도 힘을 모았다. 송진우, 장종훈 코치에 이어 지난 겨울 정민철 단장도 합류했다. 그렇게 3년, 올해는 한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다.
이날 텅빈 더그아웃에 홀로 선 한 감독은 외로웠다. 낯선 광경이었다. 한 감독은 선발과 불펜투수들의 컨디션 체크부터 라인업 구성, 불펜투수 및 대타 기용 여부까지 혼자 결정해야했다. 투수교체는 물론 투수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매번 마운드에 직접 올라야 했다. 이날 대전에서 만난 한 야구 관계자는 "감독 혼자 더그아웃에서 뭘 하라는 건가. 이런 경우 2군 코치와 스왑(맞교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본 적이 없는 경우다. 심지어 (불펜코치도 없어)불펜과의 소통조차 쉽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소된 코치들의 행보는 경기 후에야 결정됐다. 정민태 정현석 박정진 코치는 퓨처스, 장종훈 김성래 코치는 육성군(3군)에 배치됐다. 정경배 이양기 타격코치, 김해님 투수코치, 마일영 불펜코치가 새롭게 1군에 올라왔다. 한 감독의 입지는 그렇게 더 좁아졌다.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한 감독은 지난 3일 이후 경기전 사전 인터뷰를 피했다. 지난 2일 이후 5일 만에 취재진과 만났다. 한화 구단은 코치 교체 건에 대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감독이 직접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감독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다양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도 "드릴 말씀 없다"로 일관했다. 거듭된 질문에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로 답변이 조금 바뀌었다.
14연패라는 현실 앞에서 감독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 오롯이 감독과 코치진의 것일까. 한 감독은 2018년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등 전임 유명 감독들도 해내지 못한 2010년대 한화의 유일한 가을야구라는 업적을 이뤄낸 사령탑이다. 하지만 3년 동안 외부 FA 등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은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게 한 감독의 현실이었다. 올시즌엔 프런트와의 엇박자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한 감독은 새롭게 콜업된 코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한화는 내년 후년 계속되어야 하는 팀이다. 지금은 좀 처져있지만. 2군에서 올라온 이들이 미래를 보고 변화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감독의 진심이었다.
한화 구단은 "한용덕 감독이 NC 전 종료 후 정민철 단장님께 면담 신청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기자실을 찾은 정민철 단장의 분위기도 침울했다. 정 단장은 "가뜩이나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이런 일이 생겼다. 야구 관계자 및 기자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제게 사퇴 의사를 전달하셨다. 갑작스럽지만 대표이사님께 보고드렸고, 확정됐다"면서 "연패는 감독님만의 과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오다. 빨리 자성해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대처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노력하신 플랜에 단장으로써 도움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팬분께도 면목이 없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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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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