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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대전의딸' 이하윤 "女형사→한화 치어리더 진로 변경, 후회없는 선택"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5-11 13:12 | 최종수정 2020-05-11 18:50


사진=이하윤 치어리더 SNS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촌오빠 응원을 위해 대전구장을 찾던 여학생의 꿈은 형사였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치어리더 일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해외 진출 1호'라는 수식어가 4년차 치어리더 이하윤의 인기를 증명한다.

이하윤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길었다. 치어리더는 비시즌이 따로 없는 직업이다. 한화 이글스 외에 프로축구 대구FC와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남자프로농구 부산 KT, 여자프로농구 부산BNK썸의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프로스포츠가 중단됨에 따라 응원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5월초 KBO리그와 K리그가 무관중으로 개막했지만, 이하윤의 봄은 아직이다. 한화 이글스는 관객 제한 입장이 시작된 뒤 응원단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튜브 온라인 응원을 통해 야구 갈증을 달래긴 했지만, 시즌이 개막한 이상 진짜 야구장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살이)확 찐 자'가 됐어요. 집에서 쉬는게 힘들어서 3월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죠. 방송으로나마 팬들을 만나니까 살 것 같아요. 팬들의 응원으로 하루하루 버텼죠. 헬스도 하고 요가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요. 치어리더보다는 팬들과 소통하는 게 콘텐츠예요."

이하윤은 스스로를 '집순이 못하는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좀 피곤해도 쉬는 날이면 무조건 친구를 만나는 편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시국은 더욱 힘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3월부터 헬스, 4월 중순부터 치어리더팀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응원 단상에 다시 서기 위한 '몸 만들기'다.

이하윤은 대전 토박이지만, 치어리더 팀은 부산에 있다.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한다. 따로 개인 연습을 통해 안무를 숙지하고, 합동 연습을 할 때 맞춰가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하윤은 "부산은 제겐 제2의 고향이다. (치어리더)경상도 상여자들 너무 좋다. 영상통화도 자주 한다. 만나면 정말 편하다"며 웃었다.


사진=이하윤 치어리더 SNS
이하윤은 올해 22세지만, 삶의 진로는 변화무쌍했다. 태어날 때부터 근육이 많아 자타공인 '운동하기 좋은 몸'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축구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좌절한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룰 뻔했다. 남동생(세한대학교 투수 이한석)이 야구로 진로를 바꾸기 전 남매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45분을 풀로 뛸 체력이 안돼 그만뒀다. 그 다음 진로는 놀랍게도 '형사'였다.

"2년제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할 때까지 제 꿈은 형사였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어릴 때부터 춤을 정말 좋아했는데, 집안 사정상 동생처럼 예체능을 전문적으로 하진 못했거든요. 대학 들어가기 직전에 '더 늦기 전에 춤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께 허락도 안 받고 입학을 취소하고 댄스 입시학원을 등록했어요. 부모님께 1년만 절 믿고 기회를 달라고 했죠."


치어리더를 하려던 생각은 없었다. 먹성이 좋아 다이어트를 할 자신이 없었다. 마르고 긴 치어리더의 비주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치어리더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이 소식을 접한 아버지가 어머니를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1년만 해보자'던 치어리더 일이 어느덧 4년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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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 이하윤의 대만 프로야구(CPBL) 진출 소식에 많은 한화 팬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하윤은 올시즌 한화와 라쿠텐 몽키스 치어리더로 병행 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스톱' 상태다. 라쿠텐에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 팬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하윤의 인터넷 방송을 찾아오는 대만 팬들도 많아졌다. 이하윤은 "지금으로선 대만에 갈수 없으니까…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라쿠텐 팬들도, 한화 팬들도 빨리 만나고 싶다"며 애타는 심경을 전했다.


사진제공=스카이치어리더
멋지고 화려한 직업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20배쯤 힘들다는 게 이하윤의 솔직한 심경이다. 스무살 때까지 잘 마시던 술도 치어리더를 시작하면서 끊었다. 한번 끊으니 잘 마시지 못하게 됐다. 친구들의 캠퍼스 라이프가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무대에 서는 게 좋고,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 게 좋은 이하윤에게 치어리더는 '천직'에 가깝다. 이하윤은 "팬들이 제 출근을 기다리다가 선물을 주실 때도 있어요. 관심 먹고 사는 직업"이라며 웃었다.

알려진대로 이하윤의 사촌오빠는 한화 내야수 김회성이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한화를 응원했고, 자연스럽게 한화 팬이 됐다. '성공한 덕후'인 셈. 쉬는 날에도 3~4시간씩 한화의 과거 명승부를 보는게 일과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작년 5월 KT 위즈전을 비롯해 김회성이 끝내기를 친 경기들, 그리고 2018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2018년이 제 생애 첫 한화 가을야구죠. 언제나 한화를 응원해왔지만,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간다는게 약간 충격적이기까지 했어요. 믿을 수 없었다고 할까? 마지막에 너무 아까웠죠.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팬들과 함께 부르는 '강가에서'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응원이다. 수천 명이 양손을 들고 따라추는 율동을 응원단상에서 보면 소름이 끼친다고. 이하윤의 마음은 이미 야구장에 있다.

"팬들과 건강하게 다시 만나고 싶어요. 겨울 동안 비축했던 함성을 함께 두배 세배로 터뜨리는 올시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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