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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선수단이 쫓기듯 짐을 쌌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5일 코로나19 대책 회의를 열어 "한국,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는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한국인 입국 제한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2020 도쿄 올림픽에 튀는 불똥을 막기 위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조치로 확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이 모든 제한 조치는 9일 오전 0시부터 발효된다. 때문에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사실상 9일부터 막힌다.
이 조치로 LG 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자칫 현지에 장기 고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6일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통보가 왔다. LG 프런트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입국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귀국할 수 있는 항공편은 7일 아시아나 편이 유일했다.
긴박했던 하루. 이 모든 귀국 프로젝트를 완성한 LG는 저녁 무렵에야 비로소 미디어에 이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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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짐을 챙겨 공항에 나온 선수단은 어수선 했다. 류중일 감독도,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귀국 속에 윌슨, 켈리, 라모스 등 외인 선수들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이날 수뇌부 회의 끝에 각자 집으로 일단 돌려보내기고 했다. 비행기 편을 확보하는대로 오키나와 현지에서 윌슨은 미국 버지니아, 켈리는 애리조나, 라모스는 멕시코로 돌아간다.
LG 류중일 감독은 "부상 없이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스레 귀국하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합류 불발에 대해서는 "(컨디션 조절 등이)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 이 참에 가족 한번 보고 잘 준비해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하루 휴식 후 이천에서 합숙 훈련을 할 예정이다. 청백전 등을 치르며 준비할 생각이다. 개막 발표가 나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사인이기 때문에 이후 출퇴근 하며 잠실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가족을 오래 못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개막 2주 전 귀국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가 각자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데다 현지 해외 스카우트가 이들의 개별 훈련을 도울 것이다. 구단이 배려한 만큼 몸을 잘 만들어와서 더 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장 현수를 불러 비상 시국이니 만큼 귀국해서 외출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어차피 끝이 없는 일이 아니니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숨 가빴던 오키나와 대탈출 현장. 코로나 사태와 일본 정부 과잉 대응이 부른 어처구니 없는 사태 속에 LG 선수단은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도 만끽하지 못한 채 무거운 표정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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