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현장스케치]'오키나와 대탈출' 日 출국길 오른 LG 선수단 풍경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3-07 11:28


7일 귀국길에 오른 LG 트윈스 선수들이 공항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키나와=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 선수단이 쫓기듯 짐을 쌌다.

19일까지로 예정됐던 오키나와 캠프를 접고 7일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집결했다. 마지막 직항편 아시아나 항공을 타기 위해서였다.

5일 갑작스레 발표된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 때문이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5일 코로나19 대책 회의를 열어 "한국,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는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한국인 입국 제한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2020 도쿄 올림픽에 튀는 불똥을 막기 위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 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력한 조치로 확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이 모든 제한 조치는 9일 오전 0시부터 발효된다. 때문에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사실상 9일부터 막힌다.

이 조치로 LG 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자칫 현지에 장기 고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6일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통보가 왔다. LG 프런트는 급박하게 움직였다. 입국 제한 조치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귀국할 수 있는 항공편은 7일 아시아나 편이 유일했다.

남은 좌석을 탈탈 털어서 선수단을 우선 태우기로 했다. 졸지에 비행기는 만석이 됐다. 좌석이 모자라 더 이상 탑승할 수 없었던 현장 직원들 일부는 하루 뒤인 8일 미야자키를 경유해 입국하기로 했다.

긴박했던 하루. 이 모든 귀국 프로젝트를 완성한 LG는 저녁 무렵에야 비로소 미디어에 이 소식을 알렸다.


7일 갑작스런 귀국을 위해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한 류중일 감독.  
오키나와=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LG 관계자는 6일 "LG 선수단이 내일(7일) 아시아나항공으로 귀국한다. 당초 전훈기간을 연장하여 19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일본의 코로나19에 대한 입국정책 변경으로 향후 간사이와 나리타 공항으로도 항공운항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아시아나 항공사가 알려왔다. 8일 이후는 귀국편이 불가하다는 판단에 급히 귀국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레 짐을 챙겨 공항에 나온 선수단은 어수선 했다. 류중일 감독도,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귀국 속에 윌슨, 켈리, 라모스 등 외인 선수들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이날 수뇌부 회의 끝에 각자 집으로 일단 돌려보내기고 했다. 비행기 편을 확보하는대로 오키나와 현지에서 윌슨은 미국 버지니아, 켈리는 애리조나, 라모스는 멕시코로 돌아간다.

LG 류중일 감독은 "부상 없이 잘 하고 있었는데 갑자스레 귀국하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와 함께 합류 불발에 대해서는 "(컨디션 조절 등이)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 이 참에 가족 한번 보고 잘 준비해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하루 휴식 후 이천에서 합숙 훈련을 할 예정이다. 청백전 등을 치르며 준비할 생각이다. 개막 발표가 나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사인이기 때문에 이후 출퇴근 하며 잠실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가족을 오래 못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개막 2주 전 귀국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가 각자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데다 현지 해외 스카우트가 이들의 개별 훈련을 도울 것이다. 구단이 배려한 만큼 몸을 잘 만들어와서 더 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장 현수를 불러 비상 시국이니 만큼 귀국해서 외출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어차피 끝이 없는 일이 아니니 선수단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숨 가빴던 오키나와 대탈출 현장. 코로나 사태와 일본 정부 과잉 대응이 부른 어처구니 없는 사태 속에 LG 선수단은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도 만끽하지 못한 채 무거운 표정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오키나와(일본)=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현지 연습경기 해설도 못하고 귀국길에 오른 차명석 단장.  오키나와=정현석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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