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샤이저 "사인 훔치기, 선수들 인생 바꿨다" 분노

사진=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닷컴 한만성 기자] LA 다저스의 전설 오렐 허샤이저(61)가 지난 2017년 친정팀이 사인 훔치기라는 부정 행위를 저지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패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친 데에 분통을 터뜨렸다.

다저스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며 우승을 노렸으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두 차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애스트로스가 2017년 당시 전자기기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상대 투수와 포수로부터 사인을 훔치는 부정행위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메이저리그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애스트로스의 제프 루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에게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측은 이미 2년 전 벌어진 월드시리즈의 결과를 바꿔 다저스에 우승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허샤이저는 최근 LA 스포츠 라디오 'AM570'을 통해 "애스트로스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들이 저지른 일이 야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타자가 상대 투수로부터 어떤 공이 날아올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이는 더이상 야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허샤이저는 "투수의 역할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며,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에는 패턴이 있다. 타자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를 미리 알고 있다면 그들은 경기의 모든 상황에 일찌감치 대비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허샤이저는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가 내린 징계는 지나치게 가볍다. 사인 훔치기는 스테로이드보다 더 큰 부정행위"라며 우승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현역 시절 허샤이저는 투쟁심이 돋보인다는 이유로 '불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그는 "만약 현역 시절 상대 타자들이 내 투구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나는 오늘날 불독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아마 지금쯤 치와와가 됐을 것이다. 그들은 사인 훔치기로 선수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허샤이저는 다저스가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88 시즌 59이닝 연속 무실점 대기록을 세운 투수. 당시 그는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됐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로 변신한 뒤 다저스 투수 코치로 활약하면서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스승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LA 지역 스포츠방송인 '스포츠넷LA'의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다저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