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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장진우란 선수가 있다. 실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구단의 끈질긴 설득으로 끝내 마음을 돌린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아마 5000만원 짜리 장진우의 새 시즌은 '재기'와 '해피엔딩'이 될 공산이 크다.
현실에도 장진우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장 스타들. 영광은 옛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은퇴'는 이르다. 돈 때문이라면 벌써 은퇴했다. 자존심 상할 만큼 뭉텅 깎였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고참 송승준(40)은 딱 장진우 연봉을 받고 올시즌을 뛴다. 지난해 4억원에서 무려 87.5% 삭감된 5000만원. 2018시즌 22경기 79이닝 3승4패, 평균자책점 6.15였던 그는 지난해 11경기 14⅓이닝 동안 1패, 평균자책점 4.40에 그쳤다. 송승준은 한때 자이언츠의 토종 에이스였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단 30명도 되지 않는 통산 100승 투수(107승)다.
또 다른 100승 투수(121승) 장원삼(37)은 롯데 자이언츠로 팀을 옮겨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과거 삼성 라이온즈 왕조를 이끌던 좌완 에이스. 영광은 잊은 지 오래다. 오직 야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1년 더'를 선택했다. 15년 차 베테랑 투수가 어린 선수들과 섞여 입단테스트까지 받았다. 연봉은 LG에서 받던 5000만원보다 더 줄었다. 창원 출신으로 경성대를 졸업한 그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 같은 편안한 곳이다. 롯데 팬들의 환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주도 캠프까지 소화하며 새 시즌을 준비중이다. 롯데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장원삼을 선발진이 어려울 때 투입할 수 있는 비상 선발 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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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장진우'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야수 이택근(40)이다. 통산 타율 3할(0.304)이 넘는 강타자 출신. 2018년까지 3할 타율을 기록했을 만큼 최근까지도 경쟁력 있던 타자였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2019 시즌을 통채로 날린 대가가 컸다. 5억원이던 연봉이 무려 90% 깎였다. 5000만원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하게 될 이택근은 1군 진입을 위해 개인 훈련에 몰두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하던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36)도 지난해 3억2000만원에서 2억원이 깎인 1억2000만원으로 줄어든 연봉을 감수하고 KIA 타이거즈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FA 이적으로 KIA를 떠난 안치홍의 빈 자리를 메워줄 요긴한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돈이 아닌 열정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현실판 장진우'. 한국 프로야구의 산 역사였던 이들 베테랑 선수들의 2020 시즌 끝자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새 시즌, 새 얼굴 만큼이나 스토리 있는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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