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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류현진 영입, '한류마케팅' 때문은 아니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1-02 00:03 | 최종수정 2020-01-02 07:13


30일 오후 류현진이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류현진은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MLB) 투수 최고액 기록을 경신하며 토론토에 입단했다. 밝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서고 있는 류현진, 배지현 부부. 인천공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30/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말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식에서 BTS 이야기가 나왔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BTS가 토론토에서 공연하면 류현진이 노래할 것"이라고 했다. 보라스의 농담에 류현진도 "선수들과 함께 언제든 노래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토론토, 더 나아가 캐나다에 불어 닥칠 야구 한류를 염두에 둔 발언. 토론토는 한류 마케팅을 위해 류현진을 영입했을까. 아니다. 부분적이었을 뿐 전적인 고려사항은 아니었다.

'류현진 영입이 국제시장에서 블루제이스의 브랜드를 더 키워보자는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토론토 마크 샤파로 사장은 "그런 건 아니다. 토론토에 끈끈한 한인 교민사회가 있고, 국제적인 도시여서 류현진과 그의 가족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어필을 했다. 하지만 그건 협상 과정에서 고려 사항 중 하나였을 뿐,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케팅보다 더 중요했던 건 실력이었다는 뜻. 이는 로스 앳킨스 단장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현 시점에서 류현진보다 나은 선발투수를 데려오긴 어렵다. 시즌 끝나고 부터 우리 팀 선발진을 강화할 목적으로 계속 지켜봤던 선수"라며 "류현진은 피칭의 마스터다. 그를 알면 알수록 그가 좋아졌다. 그는 4가지 다른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 모든 코너에 던지고, 각각의 타자를 각각의 다른 공으로 요리할 줄 아는 특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30일 오후 류현진이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류현진은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MLB) 투수 최고액 기록을 경신하며 토론토에 입단했다. 입국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류현진. 인천공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30/
실력만 보고 한 영입이라면 다소 의문이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가세한들 당장 뉴욕양키스나 보스턴 등 지구 라이벌을 제치고 가을야구에 진출할 정도의 팀은 아직 아니기 때문이다. 부상 전력에 대한 현지 언론의 우려에도 불구, 4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기며 리스크를 감수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토는 지난 수년간 바짝 엎드려 있었다. 비싼 선수 영입은 커녕 비싼 선수를 내보내며 비난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보라스는 "토론토는 '블루 플루'에 걸렸다"고 혹평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는 달랐다.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10년 미래를 이끌어갈 슈퍼스타 2세 유망주 3총사 블라디미르 게레로, 보 비셋, 케번 비지오 등이 주전으로 뛸 만큼 성장했다. 최고 유망주 투수로 기대를 모으는 네이트 피어슨까지 시즌 중 투입될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관중을 끌어 모을 토대가 마련된 셈이었다. 계산은 끝났다. 구단 수뇌부는 돈을 풀기 시작했다. 빅마켓 구단으로 가는 원년, 그 정점에 류현진이 있었다.

류현진은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일관성 있게 팔로우 해온 '관심 선수'였다. 그런 가운데 태너 로어크, 체이스 앤더슨, 야마구치 šœ 등 선발 투수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최대어 게릿 콜에게도 무려 3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화룡점정은 류현진이었다. 앳킨스 단장 말대로 그는 시장에 남은 최대어였다.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은 토론토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가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데 있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줄 선수다. 젊은 선수들에게 이기는 경기를 경험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투수는 베테랑 투수의 경기 운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류현진을 필두로 한 일련의 전력 강화로 토론토는 로저스 센터를 떠났던 홈 관중을 끌어모을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토론토는 물론,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동부지역과 버팔로,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등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미국 도시 내 한인 팬들의 기대감도 뜨겁다. 류현진 영입에 따른 한류 마케팅은 빅 마켓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딘 토론토의 부수적 효과다.

캐나다 제1도시인 토론토 인구는 282만 명으로 북미에서 뉴욕(855만 명), LA(397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토론토는 뉴욕, LA와 미국의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시카고(272만 명)보다 인구가 많다. 빅마켓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토론토가 빅마켓을 향한 문을 활짝 열었다. 그 출발선상의 한 가운데에 류현진이 있다. 류현진이 받게될 거액의 몸값 안에는 성적 뿐 아니라 이러한 팀 재건의 상징적 부가 효과도 포함돼 있다. '코리안 몬스터'가 토론토 변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류현진이 홈으로 사용할 토론토 로저스 센터.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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