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무려 1754일만에 얻은 선발 기회. 꽉 잡았다. 그리고 그의 호투에 한화 타선도 살아났다. '왜 이제야 선발로 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임준섭은 KIA 시절인 2014년 10월 11일 광주 삼성전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당시 5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뿌려 4안타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었다. 2015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이후 한번도 선발로 나온 적이 없었다.
한화는 올시즌 김재영 김성훈 박주홍 김민우 장민재 이태양 김범수 문동욱 박윤철까지 9명의 국내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살아남은 투수는 장민재 한명 뿐이었다. 아직도 국내 투수의 자리인 4,5선발이 확정되지 않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경기전 임준섭에 대해 "한계 투구수를 미리 정하지는 않았다. 일단 던지는 것을 보고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임준섭은 1회말 수비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선두 심우준을 3구 삼진으로 좋은 출발을 했고 2번 오태곤은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송광민이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뒤로 빠뜨리는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오태곤이 초구에 2루 도루에 성공했고, 3번 조용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4번 윤석민에게 3루수앞 땅볼을 유도해 병살이 가능해 보였지만 3루수 송광민이 다시한번 공을 놓쳐 병살에 실패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2사 2루서 5번 로하스를 유격수앞 땅볼로 잡아내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2회말엔 볼넷과 안타로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9번 강민국을 유격수앞 병살로 잡아냈다. 3회말에도 3번 조용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안타없이 무실점. 4회말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1사후 볼넷과 안타로 1,2루가 됐지만 임준섭은 장성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9번 강민국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했다.
4회까지 66개를 던져 이미 한화에 온 이후 최다 이닝, 최다 투구 피칭을 해 5회에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임준섭은 아무렇지 않게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더 안정적이었다. 선두 심우준을 우익수 플라이, 2번 오태곤을 유격수앞 땅볼로 잡더니 3번 조용호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수앞 땅볼로 잡아냈다. 6회에도 마운드는 임준섭의 것이었다. 4번 윤석민, 5번 로하스, 6번 박경수를 단 8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6이닝, 85개의 피칭은 한화에 온 이후 최다 이닝, 최다 투구수다. 한화에서 최다 이닝은 2015년 5월 10일 잠실 두산전에서의 62개였고, 최다 이닝은 지난해 9월25일 대전 삼성전의 3⅔이닝이었다.
국내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던진 것은 지난 7월 4일 잠실 LG전의 박윤철(5이닝 무실점) 이후 처음이었다. 왜 이제야 임준섭을 선발로 냈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임준섭의 피칭은 충격과 환희로 다가왔다.
임준섭의 호투에 한화 타선이 화답했다. 7회초 2사 2루서 송광민의 내야안타로 1-1 동점을 만든 뒤 정근우의 역전 투런포, 정은원의 적시타 등으로 5-1로 앞섰고 승리를 지켰다. 임준섭에게 1754일만에 선발승이 주어졌다.
임준섭에게 어떻게 6회까지 던졌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4회부터 힘이 빠졌다고. 임준섭은 "당초 70개 정도로 준비를 했다. 하지만 4회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5회가 끝일 줄 알았는데 6회에도 나가라고 하셔서 나가서 던졌다"라고 했다. "예전에 선발로 나갔을 때도 4,5회에 힘이 빠져 고생했는데 그때를 생각하며 더 집중해서 던졌다"라고 말했다.
한화에 와서 첫 선발 기회에서 호투로 승리를 챙긴 것도 좋지만 임준섭은 벌써 다음을 보고 있었다. "오늘 경기 잘던져서 좋지만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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