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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순간]'셀프사구' 롯데 강로한의 자책, 그리고 절실함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7-14 09:30


◇강로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절실함은 부상의 공포도 잊게 했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강로한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팀이 2-4로 뒤지고 있던 9회말 1사 1루에서 이형범이 던진 공을 맞고 출루했다. 이형범 쪽을 향한 오른쪽 무릎 바깥쪽에 공을 맞은 강로한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 1루 베이스로 걸어갔다.

이형범이 던진 공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궤적이었다. 깊숙한 몸쪽 승부를 노린 공이었다. TV 느린화면에도 강로한이 오른발을 움직이는 레그킥을 시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강로한은 이형범이 뿌린 직구 궤적 쪽에 그대로 오른발을 두면서 결국 스스로 공을 맞았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공이 날아들었다면 무릎을 직격할 수도 있었던 코스였음을 감안하면 강로한의 '선택'은 대범함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을 정도다.

사연이 있었다. 강로한은 롯데가 0-1로 뒤지던 7회말 1사 2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만들었고, 조홍석의 볼넷 출루와 상대 실책이 더해져 3루까지 진루했다. 신본기의 타격 결과에 따라 역전 결승 득점을 올릴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신본기가 3루수 땅볼에 그친 사이 강로한은 머뭇거렸고, 귀루를 택했지만 두산 3루수 허경민에게 태그 아웃됐다. 신본기까지 1루 송구로 아웃되면서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더블 플레이 상황이 만들어졌다. 전진 수비에 나선 허경민과 공교롭게 그쪽으로 곧바로 간 타구 방향상 운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 강로한의 판단이 조금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7회말의 기억이 강로한의 사구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자기 관리는 프로 선수의 실력 척도 중 하나다. 때문에 허슬플레이와 무모함이 구분되기도 한다. 공에 무릎을 갖다댄 강로한의 플레이는 자칫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후자에 가깝다. 그러나 스스로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어떻게든 팀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만든 장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롯데는 강로한의 사구로 만들어진 9회말 1사 1, 2루에서 배성근이 투수 땅볼에 그쳤으나, 이형범의 송구 실책으로 1점차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1사 만루에서 민병헌, 오윤석이 각각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역전 드라마를 쓰는데는 실패했지만,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었던 승부에서 막판 집중력을 보여준 점은 눈여겨 볼 만했다.

롯데는 고비 때마다 실책, 견제사 등 본헤드 플레이를 연발하며 무너지기 일쑤였다. 최하위로 떨어진 뒤에도 근성-더그아웃 리더 부재 등 우려와 아쉬움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 강로한의 모습은 어쩌면 롯데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근성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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