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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삼성 레전드 박한이(40)가 음주운전으로 은퇴한다.
박한이는 이에 앞서 26일 대구 키움전을 마친 뒤 자녀 아이스하키 운동 참관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사건 경위를 전달받은 라이온즈는 이날 곧바로 KBO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그리고 박한이는 고심 끝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로서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다음날 음주 사고로 입건됐다. 전날 밤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침에 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박한이는 사고 전날인 26일 올시즌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인 낮 경기로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주말 원정 마지막 경기에서 9회말 2사 1,2루에서 리그 최고 마무리 조상우로부터 역전 끝내기 2루타를 뽑아내며 4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한이의 한방 덕분에 삼성은 올시즌 첫 2연속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최근 공-수에 걸쳐 주춤하던 상황에서 나온 반전 드라마. 낮 경기를 마친 박한이는 이날 저녁 휴식일인 월요일을 앞두고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털어낸 맹활약을 펼친 직후인데다 월요일 전날이라 모처럼 마음 편하게 제법 많은 양을 마쳤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이를 태워 보내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이 불찰이었다. 밤새 잠을 푹 잤으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불렀다.
박한이는 삼성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레전드다. 2001년에 입단, 19년간 원클럽맨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7일 현재 통산 2127경기에서 2174안타로 0.294의 타율과 146홈런, 906타점, 1211득점을 기록중이다. 변함 없는 실력 뿐 아니라 야구장 안팎에서 그야말로 야구와 삼성 밖에 모르던 성실한 선수였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에이징 커브'에 남몰래 마음고생이 컸다. 팀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면서 자책감도 없지 않았다. 야구장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솔선수범하며 먼저 준비하던 최고참 선배. 26일 역전 끝내기 결승타 경기는 모처럼 '박한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근래 들어 가장 기분이 좋았던 날, 권하는 술을 피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근 20년간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선수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던 공든 탑이 단 한번의 오판으로 모래성이 되고 말았다.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다음날, 박한이는 최악의 하루를 맞닥뜨리고 말았다.
박한이는 사건 직후 음주사고 사실을 소속팀 삼성에 알렸고, 삼성은 이 같은 사실을 KBO에 보고했다. 삼성은 사법처리와 KBO 징계와는 별도로 자체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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