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포커스]유희관 vs 금민철, '느림의 미학' 두 투수의 명품 투수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5-23 20:53


2019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KT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23/

2019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의 경기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금민철이 두산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5.23/

활발한 타격전. 재미있다. 하지만 팽팽한 투수전 역시 재미있다.

파이어볼러의 투수전. 재미있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 투수전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바로 이 보기 드문, 재미 있는 경기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졌다.

KT 금민철(33) vs 두산 유희관(33). 두 투수 모두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40㎞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빠른 공보다 더 위력적인 무기가 있다. 제구와 완급조절, 볼끝 변화다.

동갑내기 두 좌완 베테랑 투수가 멋진 투수전을 펼쳤다. 금민철은 6이닝 동안 82개를 던지며 4피안타 4사구 3개, 4탈삼진 1실점 했다. 유희관은 7이닝 동안 107개를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두 투수 모두 제구와 완급조절로 상대 타자들을 무력화 했다.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이뤄낸 호투라 의미가 두배였다.

금민철은 최근 부진했다. 4월12일 삼성전 이후 승리 없이 3연패. 그날 이후 7경기 중 4경기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 했다. 이날은 가뜩이나 정성곤, 주 권, 엄상백 등 필승조가 두산전 2연승 기간 동안의 연투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 어깨가 무거웠다. 이날도 조기 강판할 경우 답이 없었다. 금민철은 우려를 딛고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1회 2사 후 박건우에게 2루타를 내준 뒤 김재환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김재호의 안타와 허경민의 사구로 2사 만루 추가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오재일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1회를 넘기자 2회부터 언터처블이었다. 2회부터 4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 1회 2사부터 5회 2사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1회 이후 위기는 6회 2사 1,2루가 유일했다.

유희관은 수원에서 악몽이 있다. 2015년 8월22일 KT전 이후 이날 전까지 수원구장 4전 전패를 기록중이었다. 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인 유희관은 상대적으로 넓은 홈구장 잠실에서 강하다. 올시즌도 잠실에서 1승1패 평균자책 2.82, 원정에서는 2패, 6.75를 기록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수원은 가장 부담스러운 장소다.


하지만 유희관은 장소 컴플렉스를 투혼과 책임감으로 극복했다. 철저히 맞혀 잡는 효과적 투구로 7이닝을 소화했다. 자신마저 무너지면 KT에 스윕을 당할 위기. 선발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이 혼신의 피칭에 묻어났다. 유희관은 1회 이후 4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잇단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고비 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1-0으로 앞선 6회에는 강백호의 강습타구에 발등을 강타당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큰 고통을 호소했지만 테이핑을 하고 피칭을 이어가는 투혼을 발휘했다. 유희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8회 부터 불펜에 공을 넘겼다. 지난 16일 1실점 완투승을 거둔 잠실 삼성전 2회 이후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었다.

승패를 떠나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두 베테랑 투수들의 보기 드문 명승부. 후배 투수들을 향해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멋진 투수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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