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강백호, '타자'김재윤. 초보같지 않았던 이강철의 승부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9-04-21 08:53


KT 포수 강백호.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 마무리 김재윤이 20일 부산 롯데전서 연장 10회초 타자로 나와 3루수앞 땅볼을 쳤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 이강철 감독의 첫 시즌. 시즌을 시작한지 한달정도 됐지만 더이상 그를 초보 감독이라 부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팀을 빠르게 변모시키며 어느덧 상대팀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초반 내놨던 여러 전략이 실패를 했지만 빠르게 체제를 바꾸면서 어느덧 안정감을 가지게 했고, 경기 중에도 다양한 작전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1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6회부터 등판해 2이닝을 호투한 주 권을 8회에도 낸 장면이 의외였다. 그동안 9번의 등판에서 주권은 최다 이닝이 1⅔이닝이었다. 짧게 세게 던지는 것이 주 권의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은 박승민 투수코치의 제안으로 5-5 동점이던 8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7번 정 훈, 8번 김준태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은 것. 이 감독은 정성곤 투입을 생각했다. 하지만 박 코치는 주 권의 구위가 괜찮다며 계속 던지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고민을 한 이 감독은 주 권을 계속 두기로 했다. "바꿔서 정성곤이 맞아서 점수를 주게 된다면 주 권, 정성곤 모두 실패를 하게 되는 셈이다. 주 권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으니 주 권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당시를 생각했다. 결국 주 권은 스스로 그 위기를 넘겼고, 9회초 강백호의 역전 결승타로 KT가 6대5로 승리.

2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쳤다. 잘 생각하지 않았던 작전이 나왔다. 1-2로 뒤진 9회초 무사 1,2루서 이강철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오더니 선수 교체를 심판진에 말했다. 1번 배정대 차례라 대타가 나오나했지만 이 감독의 시그널은 주자 교체였다. 2루에 있던 장성우를 고명성으로 바꿨다. 장성우는 깜짝 놀라 자신이 맞는지 재차 확인을 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1명의 포수인 이해창이 이미 선발로 출전했다가 교체된 상황이라 장성우가 빠지면 포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일단 동점을 위해 앞선 주자인 장성우 대신 빠른 고명성을 넣었다. '플랜B'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포수 출신인 강백호가 있었던 것. 이후 배정대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됐고 2번 황재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고명성이 홈을 밟아 2-2 동점을 만들었다. 대주자 작전은 성공이었다. 9회말 수비 때는 강백호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10회까지 안방에서 활약했다. 9회말 동점을 허용했던 김재윤은 더이상 타자가 없어 연장 10회초에 직접 타석에 서서 타격을 했다. 그만큼 KT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뜻.

아쉽게 역전패를 했지만 이런 총력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KT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빠른 시간 내에 이렇게 기민한 작전을 펼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다. 전지훈련 때부터 여러 시나리오를 짜서 입력이 돼 있기에 순간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KT는 올시즌 접전상황을 많이 만들어왔다. 초반엔 패가 더 많았지만 점점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승리의 경험으로 더 단단해지면서 접전에서도,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올라오고 있다.

이 감독의 초보같지 않은 빠르면서도 정확한 상황 판단과 결정이 만들어낸 긍정적 신호들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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