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대학야구 주말리그가 금요일에 열린다. 왜?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3-04 08:00


스포츠조선DB

대학야구 U-리그가 올해부터 주말리그 일자를 전격 조정했다.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9 한국대학야구연맹(KUBF) U-리그는 이번달 29일 개막한다. '대학야구 주말리그'라 부르는 U-리그는 올해 파격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해까지 U-리그는 토요일, 일요일에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3월 29일부터 6월 28일까지 총 14주 동안 금요일에만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팀당 경기수도 줄어든다. 지난해에는 총 31개 학교가 4개 조로 나뉘어, 팀당 전후반기 합계 13~14경기를 소화했다. 올해는 권역별 5개조로 나누지만, 일주일에 한번만 전국 4~5개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경기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학야구가 주말리그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외치는 각종 관계 부처의 요청 때문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경기를 뛰면서 사실상 휴식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런데 대학리그가 토,일요일 경기를 금요일로 옮긴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먼저, 지방 원정 자체가 부담스러운 학교들이 많다. 지난해 대학리그가 열린 구장은 광주광역시,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 부산 기장군, 충북 보은군이었다. 아마추어 팀들은 이동 비용 뿐만 아니라 숙박비와 식비 등 여러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실제로 몇몇 학교들은 1박2일 원정이 부담스러워서 장거리 지방 원정을 당일치기로 왕복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피로보다 당장 한 경기라도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이 절박한 것이다.

또 고교야구와 똑같은 토,일요일에 경기가 열리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받는 것도 요일 변경의 근원적 이유다. 현재 대학야구는 열악한 환경-어설픈 두마리 토끼 잡기-선수들의 수준 하락-관심 저하-프로 배출율 급감-전체적인 경쟁력 하락이라는 반복적 굴레에 갇혀있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이 같은 날에 경기가 벌어지면 고교야구에 몰려 대학야구는 더더욱 관심을 받기 힘들고, 동기부여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요일 대안을 내세운 셈이다.

금요일 경기를 하게 되면, 선수들은 월~목요일에 대학 수업 스케줄을 빠듯하게 소화하고 금요일에 경기를 치른 후 토,일요일에는 다시 팀 훈련을 하게 된다. 방학 중에 열리는 전국 대회 참가는 별도다.

현재 대학야구의 실정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하다. 과거 아마추어 스타들과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했던 대학야구의 명성이 이제는 희미해졌다. 주말리그 요일 변경은 당장 취할 수 있는 타개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지켜보게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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