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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 KBO리그에도 칼바람이 분다. FA시장은 양의지 최 정 이재원 대어급 3명과 모창민 등 4명을 끝으로 개점휴업. 이미 겨울을 앞두고 각 구단은 인원정리를 했다.
고참급 선수와 구단의 은퇴시기 다툼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매번 선수는 기회부족, 구단은 실력부족을 언급한다. 최근 리빌딩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고참선수들은 상실감이 크다.
제도적인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본질은 '투자 대비 성과'다. 확실한 성적을 내고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참을 홀대하는 팀은 없다. 베테랑 스스로 젊은 선수들과의 공개경쟁을 통해 이겨나가는 수 밖에 없다. 팬심에 호소하던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 팬들 역시 미래가치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배영수가 한화 시절 기회 부분에 있어 서운하다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다. 시즌 중반 부진했던 배영수는 2군에 간뒤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심수창은 시즌 초반 부진으로 2군에 간 뒤 1군 콜업을 받지 못했다. 2018년 한화 불펜은 리그 1위였다. 심수창의 자리는 없었다. 둘 다 방출, 배영수는 두산, 심수창은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배영수는 지난해 11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6.63을 기록했다. 아쉬운 성적이다. 기록 외에도 떨어진 구위를 보고 한화 코칭스태프는 믿음을 거뒀다. 매몰차게 보이지만 한용덕 한화 감독은 '같은 실력이면 젊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주 약간 부족한' 실력이라도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리그 현실이다.
베테랑은 미래 기대치가 갈수록 줄어드는 사람들이다. 지금 더 밝게 빛나지 않으면 점점 밝아지는 신인들의 총명함과 맞설 수 없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편견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다. 세월과 노화, 기량하강에 대한 경험치는 의학적 과학적이다. 이를 격파하기 위해서 갑절의 노력을 통한 남다른 실력을 선보이는 수 밖에 없다.
한화 송광민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상규정으로 인한 이적 가능성이 닫혀 있음을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보상규정만 없으면 이적할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다. 다만 만 36세 선수와 3년 이상의 계약을 해줄 팀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38세, 39세 이후에도 빵빵한 실력을 과시한 선배는 리그 역사를 돌이켜봐도 매우 드물다. 내 마음과 의지를 몰라주는 구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 불안에 떨고 있는 구단을 실력과 성과로 설득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수 년전부터 야구판에선 A급 FA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큰 재미를 못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수많은 'FA 먹튀' 역사를 봐온 구단 경험의 결과다. A급에 대한 특급 대우는 장원준 윤성환 이대호 최형우 등 A급 FA들의 꾸준한 활약이 쌓인 역사이기도 하다.
소비는 거듭될수록 합리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FA제도 역시 20년을 넘기면서 점차 틀을 갖춰가고 있다. FA대박은 FA로 꾸준히 성과를 낸 일부 선배들과 확실한 자기관리로 전성기를 최대한 늦추는데 일조한 선배들의 땀과 부산물이다. 반대로 구단들의 FA옵션 안전 장치가 느는 것은 'FA 먹튀' 선배들의 폐해다.
배영수의 두산행은 김승회 정재훈 김성배 등 앞선 베테랑들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수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38, 39, 40, 41세에도 당당하게 리그 주류로 활약한다면 점차 구단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다.
핵심은 앞으로도 FA 계약에 있어 미래가치 측정 부분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9년의 땀은 FA를 선언할 자격을 부여할 뿐 대박계약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16일 KBO와 10개구단의 미온적인 FA제도 개선을 꼬집었다. 옳은 지적이다. FA시장의 유연한 흐름을 일정부분 제도가 틀어막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해도 실력이라는 냉정한 잣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100만달러 상한의 새 외국인 선수가 올해 맹활약한다면 FA거품 논란 또한 재점화 될 것이 분명하다. 프로야구의 본질은 경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콘텐츠팀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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