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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즈 구단은 왜 당시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았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2-19 16:20


19일 오후 서울 도곡동 KBO회관에서 히어로즈 이택근 선수의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이택근은 2015년 벌어진 '문우람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최원현 상벌위원장과 상벌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2.19/

"부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2015년 5월의 넥센 히어로즈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주장이었던 이택근이 문우람의 행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배트 노브(손잡이) 부분으로 머리를 때린 일이 벌어졌다. 문우람의 불성실한 태도에 화가 난 이택근은 상해의 목적보다는 주의를 환기시키려 가볍게 툭 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맞은 문우람 입장에서는 엄연한 폭행이었고, 실제로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다음 날 구단 지정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입원 등의 추가적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던 듯 하다. 그러나 이택근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우람을 다시 만나 사과했고, 문우람의 부친에게도 사과했다.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역시 이런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징계나 KBO에 보고하지는 않았다. 구단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왜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밝혔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11일 KBO로부터 '승부조작(불법베팅) 및 문우람 폭행 관련 사실 확인 요청' 공문을 접수 했고, 조사 내용을 18일까지 제출하라는 요청 받았다. 이에 전·현직 프런트를 비롯해 당시 1군 엔트리에 있었던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당 구단의 조사 대상에는 문우람도 포함이 되어 있었으나 구단의 계속된 연락에 응답이 없어 계속 기다리다 18일 오후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3년 7개월전의 사건에 관해 구단이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우선 구단은 "이택근이 2012시즌부터 4년째 팀의 주장을 맡아 기강 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위치였다"면서 "선수단 분위기 쇄신의 가장 바람직 한 방법은 외부(구단)개입 보다는 선수단 자체의 자정 능력으로 갈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구단이 이 갈등에 개입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구단은 "외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징계가 있었다면 이택근과 문우람 개인의 갈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와 문우람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고려를 했다"면서 "무엇보다 이후 두 사람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확대를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단 측은 결과적으로 당시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구단은 보도자료 말미에 "당시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던 구단의 판단이 부적절 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KBO 상벌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할 경우 겸허히 수용할 예정"이라며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2015년 5월 이후 선수단에서는 어떤 폭행건도 발생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고, 향후에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 면담 등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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