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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악화일로다. 이적을 할 수 있는 S급, 팀내 입지가 단단한 A급을 제외하고는 협상진척이 더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를 넘기는 FA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보상선수와 보상금 때문에 FA들의 발이 묶이면서 FA시장은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FA등급제에 대한 필요성이 재부각 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11명은 힘겨운 줄다리기중이다. 이들 11명 중 4년 계약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김민성(넥센 히어로즈),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정도다. 이적할 수 없으니 FA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를 빼앗긴 상태다. 구단들은 책정해 둔 기간과 몸값을 정해놓고 시간을 끄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간에 지친 선수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여론은 상황에 따라 요동친다. 응원하는 팀 주전급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하면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지만 적은 돈으로 눌러 앉히면 박수 받는다.
본래 FA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리그에 건강함을 주기 위해선 FA등급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FA등급제는 팀내 연봉 등 여러 잣대로 선수 등급을 나눠 각기 다른 이적 조건을 두는 제도다. 획일적인 보상금(연봉 200%)과 보상선수(20명 보호선수 외 1명)에 막혀 이적을 할 수 없는 선수에게는 희망의 빛이다. 이는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에도 도움이 된다.
이전에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차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수 년째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9월 KBO는 기습적으로 FA상한제(4년 총액 80억원, 계약금 30% 이내)와 FA등급제-FA취득연한 축소(고졸 9년→8년)를 연계시켜 선수협에 제안했다. 선수협은 협의를 거쳐 FA 상한제에 반대하며 협상안을 거부했다. 구단들은 일괄 타결을 천명했다. FA등급제도 함께 사장됐다.
FA등급제는 선수들이 더 절박하지만 실효를 놓고보면 구단에도 이익이다. 필요할 때마다 좀더 수월하게 전력보강을 하게 되면 잔뜩 자금을 모았다가 S급을 사는데 총력을 쏟아붓는 식에서 변화가 생긴다. FA몸값 거품을 제거하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구단들은 '담합을 하고도' 자체적으로 지키지도 못하는 FA상한제만을 외치고 있다. 선수협 또한 대박을 꿈꾸는 일부 선수의 목소리 때문에 FA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