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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놓쳤다. 거의 매년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반복되는 씁쓸한 풍경이다. 두산 베어스는 올해도 대형 내부 FA를 잔류시키지 못했다.
머니게임에서 밀려 내부 FA를 잡지 못하는 일은 언제 어떤 팀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두산이 유독 이런 상황을 자주 겪는다는 점이다. 과거 FA 사례를 보면 금세 드러난다. 역대 두산의 내부 FA 상한선은 잠정적으로 '총액 50억원'에 고정된 듯 하다. 2017년 내야수 김재호를 잡을 때 4년-50억원(옵션 4억원 포함)에 계약했다. 이 금액이 역대 두산의 내부 FA 계약 최고액이다.
그 이상의 금액은 쓰지 않았다. 못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풍부한 외야 자원을 이유로 FA 민병헌 잔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민병헌은 4년-80억원에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프랜차이즈 출신 스타 김현수 역시 잡지 않았다.
그나마 두산이 통 크게 지갑을 열었던 건 2015년이 유일하다.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하며 84억원을 지출한 것. 이것이 두산의 역대 지출 최고액이다. 하지만 그 전년도인 2014년에는 3명의 내부 FA(최준석 이종욱 손시헌)를 모두 잡지 않았다. 세 명을 모두 잡으려 했다간 100억원 이상의 지출이 필요했던 상황. 이 금액을 아껴 다음 년도 장원준 영입에 투자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두산은 자금 동원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팀 컬러를 앞세워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산 팬들의 상실감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구단 스토브리그 전략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