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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 글러브에서 가장 치열했던 포지션은 외야수 부문이었다. 지난 10일 시상식에서 김재환(두산 베어스),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최후의 3인이 됐다.
각 부문별 득표 1위가 과반에 실패한 것은 외야수 김재환(47.6%)이 유일했다. 349명 중 166명만이 김재환을 찍었다. 무려 183명이 김재환에게서 등을 돌렸다.
김재환은 성적만 놓고보면 최다 득표를 한 포수 부문 양의지를 오히려 능가한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홈런왕(44홈런)이자 타점왕(133타점), 타율도 3할3푼4리로 대단히 높다. 홈런왕-타점왕은 타자가 갖출 수 있는 수상 무기 중 가장 강력하다. 여기에다 정규시즌 MVP. 그럼에도 절반이 넘는 투표인단이 그를 찍지 않았다.
지난해 골든 글러브에서는 총 유효표 357표 중 외야수 부문에서는 손아섭(224표), 최형우(215표), 로저 버나디나(190표) 등 수상자들은 모두 넉넉하게 과반을 점했다.
김재환의 득표가 부진했던 이유는 성적이 아니라 7년전 약물전력 때문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올해 김재환이 홈런왕에 도전하면서 논란은 더 불거졌다.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면서 김재환은 참회의 눈물을 쏟았다. 시간이 흐른만큼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쪽과 후배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명예(상)를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김재환은 MVP에 이어 골든 글러브 수상에 성공했지만 득표 수는 뚝 떨어졌다.
꽤 많은 투표인단은 시작부터 김재환을 제쳐두고 수상 후보를 골랐다는 후문이다. 결국 표는 상당 부분 분산됐다. 김재환에 이어 득점-안타 2관왕인 롯데 전준우가 165표로 2위, 이정후가 139표로 3위로 수상 턱걸이를 했다.
수위타자 김현수(LG 트윈스)는 124표로 아쉽게 4위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MVP인 한동민(102표)과 한화 이글스의 11년만의 가을 야구를 이끈 제라드 호잉(102표)도 100표를 넘겼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정후의 경우 의외의 수상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이정후는 109경기로 권희동(NC 다이노스, 104경기)에 이어 외야수 후보 중 출전 경기수가 두 번째로 적었다. 타율 3위(0.355)와 출루율 6위(0.412). 김현수는 타격 1위에 출루율 4위, 장타율 9위였지만 이정후에게 밀렸다. 홈런 2위-득점 2위-타점 7위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역시 87표에 그쳤다. 팀 성적이 많이 고려됐다고 해도 우승팀 주축멤버인 한동민이나 3위팀 호잉도 수상에 가까운 후보였다. 여러 복잡한 요인들이 뒤엉켰던 2018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이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