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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초점] 왜 이태양은 얻을 것 없는 기자회견에 나섰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2-11 05:59


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실격된 이태양과 문우람이 10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태양은 문우람의 결백을 주장하는 양심선언을 하고 문우람은 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프레스센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 12.10/

왜 이태양은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는 상황에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2015~2017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승부조작 논란으로 야구계는 시끄러웠다. 2015년 승부조작에 직접 참여한 전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승부조작 모의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받은 전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은 2016년 검찰 수사 후 2017년 법원의 유죄 판결과 함께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문우람은 줄기차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승부조작 브로커와 사적으로 친하게 지낸 것은 맞지만, 이태양과 승부조작을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KBO리그 최초 승부조작 브로커 선수로 낙인찍힌 문우람의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이태양이 문우람을 위해 나섰다.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큰 죄를 지어서 야구를 좋아하시는 팬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이태양은 자신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위를 설명하며, 문우람은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태양은 "승부조작 브로커와 나, 그리고 문우람이 2015년 5월 22일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창원지검은 우리를 승부조작에 공모한 것이라고 단정지었다"며 "그 순간에는 나와 브로커가 승부조작으로 입을 맞춘 적이 없다. 처음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건 5월 23일 저녁 경기가 끝난 후"라고 밝혔다.

이태양은 "첫 창원지검 조사에서 문우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나에게 돈이 전달됐다고 설명해 나도 문우람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줄 알았다. 나를 속였다고 생각에 배신감도 들었다. 그래서 우람이도 아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검사에게 속았다.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태양과 문우람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당시 KBO리그 최초의 현역 선수 승부조작 브로커 연루 사건에 관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문우람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이다. 이태양이 KBO를 상대로 낸 영구실격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 등이 진행중이라, 문우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다 최근 패소 판결을 받고 문우람을 만나 사죄하며 자신이 도울 게 있으면 돕겠다고 나서게 됐다. 이태양은 초기 심문 과정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검찰, 구단의 회유에 문우람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실토했다. 이태양은 "나의 잘못으로 우람이가 누명을 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다. 억울한 문우람을 살려달라. 억울하게 희생된 우람이의 재심을 간곡히 청한다"고 호소했다.

이태양은 NC 구단에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태양은 "구단에서 도와준다고 약속하며 자수를 권유했다. 군대에 다녀오면 구단에서 다시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단은 언론과의 접촉을 막고 나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뷰를 했다. 구단이 지정해준 변호사는 문우람 무죄에 대한 얘기를 하면 내가 불리해질 것이라고 입을 막으려 했다"고 했다. 이태양은 당시 해당 변호사와 자신들을 심문하는 검사가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고도 밝혔다. 또, 당시 같은 논란에 휩싸였던 이재학에 대해서는 구단이 적극적인 변호를 해 자신을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으로 만든 것 같아 억울하다고 했다.

어쨌든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은 팩트다.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이든, 이태양이 그라운드로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얻을 게 없는 자리에, 다시 비난을 들으며 공개적으로 자리에 나선 건 절친했던 문우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과연 문우람 논란의 진실은 뭘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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