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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선수협, 이대호-김태균 등 거물들 나서야 산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2-04 14:5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살 수 있는 길, 거물급 선수들이 나서는 것 뿐이다.

선수협이 좌초하고 있다. 그동안 '귀족 노조' 이미지로 팬들의 질타를 받아왔던 선수협은 지난해 메리트 논란으로 대위기에 빠졌다. 당시 이호준(현 NC 다이노스 코치) 회장 사퇴 이후 회장을 뽑지 못한 채 한 시즌 반을 보냈다.

3일 열린 총회에서 무조건 회장을 뽑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선출하지 못했다. 각 구단별로 1명씩의 후보를 추천하고, 그 중 1명을 뽑으려 했는데 이해관계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어떤 팀들은 성심성의껏 선수협 회장직에 어울릴만한 선수를 후보로 올린 반면, 일부 팀들은 그에 못미치는 후보를 얘기하거나 아예 뽑아오지 않은 팀들이 있어 서로 간 충돌이 있었다.

선수협은 내달 초 열릴 워크숍에서는 어떻게든 회장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회장이 되는 순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아야 하는 '총알받이'가 되기 싫다는 선수들의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대표하는 회장 없이 협회가 존립하는 이유는 없다. 그저, 자신들의 금전 문제에 불리한 일이 생길 때만 사무총장을 앞세워 불만 표출을 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처우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대표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선수협 회장은 야구 선수로서 좋은 실력을 갖고 있고, 성품도 올바르며, 후배 선수들에게 신망받는 이가 돼야 한다. 2000년 초대 회장 송진우(현 한화 이글스 코치)를 시작으로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 손민한(현 NC 다이노스 코치) 박재홍(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 서재응(현 KIA 타이거즈 코치) 이호준 등 모두 그에 적합한 인물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리고 이 선수들이 선수협 활약으로 활약할 때는 다른 후배들이 "나도 저 자리에 나서보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협 회장을 하면 소속팀과의 관계에서 소홀해질 수 있고, 욕만 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 모두가 이 자리를 꺼리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간판급 선수들이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로서의 명성과 입지가 있으면서, 많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지난 두 시즌 물밑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선수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김태균(한화 이글스)도 자격 조건이 충분하다. 김태균과 같은 팀 정근우 역시 리더십이 있다. 세 사람은 1982년생으로 이제 리그 최고참급에 속한다. 이 외에 박용택(LG, 현재 FA 신분) 이택근(넥센 히어로즈) 최형우(KIA) 등도 팀 안팎으로 신망을 받는 선수들이다.


아니면, 꼭 고참급이 아니어도 중간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는 것도 방법이다. 양현종(KIA)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박병호(넥센) 김현수(LG) 김광현 최 정(이상 SK 와이번스, 최 정은 FA 신분) 오재원(두산 베어스) 등이 각 팀 간판으로서 부와 명예를 얻은 이들이다. 이 선수들이 선수협 회장을 맡는다 해도 선-후배들이 반대표를 던질 리 없다. 가교 역할을 더 잘해낼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선수들이 스스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니면 실질적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돈이든, 아니면 차후 계약에서 불리함을 피할 수 있는 조항이든 머리를 짜내면 길이 생긴다.

이렇게 '회장 정말 하기 싫다'는 인상을 주는 선수협인데, 과연 각 구단과 팬들에게 존중받는 단체가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지금 난국을 타개하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간판이 필요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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