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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거포 출신 LG 토미 조셉, 그는 '모'일까 '도'일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11-30 09:24


LG 트윈스가 새롭게 영입한 1루수 토미 조셉. 사진제공=LG 트윈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친 선수가 KBO리그에 유입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만큼 검증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반드시 성공으로 연결된 것으로 아니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초창기를 누볐던 빅리그 스타 출신으로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펠릭스 호세, 제로니모 베로아, 트로이 오리어리, 알 마틴 등이 꼽힌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20홈런 또는 3할 타율의 경력을 지닌 이들은 KBO리그 입성 당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성공한 선수는 프랑코와 호세 정도다.

최근에도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014년 SK 와이번스 루크 스캇은 2008~2010년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거포였지만, SK에서는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감독과의 불화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같은 해 두산 베어스 호르헤 칸투도 타율 3할9리로 꽤나 정확한 타격을 했지만, 18홈런과 72타점에 머무르면서 재게약에 실패했다. 칸투도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8, 29홈런을 친 거포였다.

풍부한 빅리그 경력을 갖고 KBO리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타자는 2016~2017년 한화 이글스에서 두 시즌 동안 70홈런, 231타점을 올린 윌린 로사리오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12~2013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두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날렸다.

LG 트윈스가 최근 데려온 토미 조셉(27)은 거포 1루수라고 한다. "어중간한 3루수보다 거포 1루수를 원한다"고 한 류중일 감독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신규 영입이다. LG는 계약금 30만달러, 연봉 70만달러를 보장해 줬다. 신규 외인 몸값 상한선인 100만달러를 꽉 채웠다.


올초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토미 조셉. 사진=AP
그가 주목을 받는 것도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출신인 조셉은 2009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옮긴 조셉은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07경기에 출전, 타율 2할5푼7리, 21홈런, 47타점을 기록했다. 2017년에도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142경기에 나가 타율 2할4푼, 22홈런, 69타점을 올렸다. 꽤 강력한 장타력을 보유한 타자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빅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구단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 출루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셉을 웨이버 공시했다. 필라델피아는 당시 3년 7500만달러에 FA 계약을 한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가 신체검사를 통과하자 계약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40인 로스터에 그를 올리기 위한 조치로 조셉을 웨이버 공시한 것이었다. 에이스가 들어왔으니, 조셉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얘기였다.

2년 동안 249경기에 출전해 43홈런, 116타점을 올린, 꽤나 쓸모있는 타자를 내친 게 결국 선구안 좋지 않은 때문이었다. 그는 2017년 타율 2할4푼을 올리는 동안 495타수에서 129삼진을 당했다. 삼진율이 26%, 출루율은 0.289, 병살타는 21개나 됐다. 출루 능력이 좋은 타자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던 필라델피아로서는 조셉의 능력이 마음에 들리 없었다. 앞서 직전 시즌 신예 1루수 리스 호스킨스가 성장하고, FA 시장에서 카를로스 산타나를 영입하면서 조셉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터였다. 당시 게이브 캐플러 감독은 "다른 팀에 가지 말고 잠시 마이너에 있다가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가 웨이버 클레임을 요청하면서 이적을 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텍사스 구단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시즌 내내 더블A와 트리플A에 머물면서 91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21홈런과 79타점을 기록했지만, 텍사스 1루수는 로날드 구스만이 터줏대감이었고, 그가 쉬는 날에는 조이 갈로, 쥬릭슨 프로파, 라이언 루아 등이 백업으로 활약했다. 선구안이 떨어지는 조셉이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2013~2015년 세 차례 뇌진탕 증세를 겪은 뒤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조셉은 1루수로 227경기에 출전해 수비율 0.991을 기록, 수비력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그는 필라델피아 시절 KBO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모' 아니면 '도'였던 화려한 빅리그 거포 출신의 운명, 조셉은 과연 어느 쪽 길을 가게 될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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