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인터뷰]'안타왕' 전준우 "롯데의 '근성 야구' 증명하겠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11-29 08:00



"감독님이 '옛날 생각해서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외야수 전준우(32)와의 첫 만남에서 이런 당부를 전했다.

걱정보다 기대가 묻어나는 말이다. 프로 11년차 전준우는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보냈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4푼2리(556타수 190안타), 33홈런 90타점 118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2차 2라운드 1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뒤 출전,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모두 최고 기록이다. 전준우는 지난 20일 열린 2018 KBO리그 시상식에서 최다안타상과 최다득점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생애 첫 타이틀홀더의 영광.

프로 데뷔 후 가장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전준우에게 만족은 없었다. 경남 통영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롯데 납회식이 끝난 지난 28일 오후, 전준우는 부산으로 돌아와 개인 훈련을 마친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전준우는 "롯데 입단 당시 (양상문) 감독님이 2군팀 감독이셨다. 그땐 신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뵙게 됐다(웃음). 감독님이 '옛날 생각해서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안타, 홈런이 계속 나오다보니 스스로 분위기를 탔던 것 같다. 홈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계속 치다보니 자신감이 붙더라"며 "주변에선 '초반에 잘했으면 200안타도 넘었을 것'이라고 말해주시더라"고 웃었다.


2018 KBO 시상식이 19일 오후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렸다. 시상식에서 KBO리그 타자 부문 안타, 득점상을 받은 롯데 전준우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9/
최고의 성과을 얻기까지 힘겨운 시기도 있었다. 전준우는 "개인적으로 끝은 좋았지만, 사실 시즌 초반 성적이 너무 안좋아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면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좋은 결과물을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전의 원인을 두고는 "벌크업이나 배트 스피드를 올리진 않았다. 5월까지 홈런이 없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훈련 때 공을 의식적으로 띄우려 했다"며 "그러다 훈련때 느낌이 오는 타구가 있었다.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치려고 했다. 경기 때 비슷한 타구가 나오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드오프인 1번, 중심타선인 3번 타자로 나선 부분을 두고는 "1번은 워낙 많이 쳐서 편하다. 올 시즌 막판 팀 사정상 3번을 쳤는데, 이제 낯설다는 느낌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 시즌 롯데 주장이 된 손아섭(30)은 "가장 편한 선배가 (전)준우형이다. 내년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데 알아서 해줄 것으로 믿는다.(웃음) 좀 더 하소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준우는 "내가 도와줄게 있나 싶더라"라고 웃은 뒤 "(손)아섭이가 주장이 되긴 했지만 나이가 어린 편이다. (송)승준이형, (이)대호(36)형과 나이 차이가 있다. 내가 중간다리 역할을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호형이 지난 2년 동안 (주장으로) 너무 고생했다"며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섭이만 열심히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이 강조한 '근성있는 야구'를 두고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해야 팬들 뿐만 아니라 롯데 야구가 달라졌구나,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우승권에도 근접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준우는 올해 더그아웃 벤치가 아닌 TV 앞에서 가을야구를 지켜봤다.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게 불과 1년 전.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전준우는 "항상 저 자리(포스트시즌)에 있고 싶은게 선수의 마음이다. 못나가면 너무 부럽다"며 "내년에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팬들의 기대를 잘 안다. 그래서 (올 시즌) 실망이 더 크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두 배, 세 배, 그 이상으로 노력하겠다. 새 감독님 밑에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팬들의 염원을 꼭 이루겠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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