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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면 알 것이다."
하재훈은 27일 불펜피칭에 나섰다. 직구, 컷패스트볼, 커브를 섞어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본격적인 투구 전 몸을 풀 때부터 포수 미트에 공이 박히는 소리가 다를 정도로 힘이 있었다. 포수를 앉혀놓고는 최고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렸다.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묵직했다. 손 혁 투수코치는 무섭게 꺾여 들어오는 컷패스트볼을 칭찬했다. 야구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급이 다른 구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재훈은 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꿈을 펼치려 노력했지만, 빅리그 입성은 쉽지 않았다. 결국 2015 시즌까지 버티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2016년부터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해외파 출신은 KBO리그 유턴시 2년간 뛸 수 없는 규정에 독립리그에서 야구를 하며 한국 복귀를 준비했다. 그 사이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정식 계약을 맺기도 했지만, 금방 2군으로 떨어지며 또 한 번 좌절을 해야했다.
하지만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등 KBO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도전했고,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SK의 품에 안겼다. 단, 외야수가 아닌 투수로다. 하재훈은 미국에서부터 거의 타자로만 활약했다. 일본 독립리그 막판 투수로도 몇 경기 던졌지만, 타자 출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재훈을 눈여겨보던 염경엽 당시 단장은 150km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그의 강한 어깨에 주목했다.
하재훈은 "미국에서 야구를 할 때는 이런 마무리 캠프 개념의 훈련이 없었다. 처음 참가하는데,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매우 좋다"고 말하며 "동료들도 너무 편하게 잘 대해준다. 적응은 이미 끝마쳤다"고 밝혔다.
하재훈은 드래프트 당시 야수로 기회를 얻기를 강력히 어필했었다. 그는 이에 대해 "구단에서 좋은 방향으로 길을 안내해주신 것 같다. 투수를 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는 야수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날렸다. 이제는 투수로 어떻게 잘할 수 있을 지만 생각한다"고 말하며 "투수는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선발은 무리다. 마무리 투수가 되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이어 "내가 공을 약간 끊어서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러면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코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은 팔 스윙을 길게 끌고 나오는 것에 집중하며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