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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전임감독제 존폐, KBO 이사회에 달렸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1-16 06:00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7월 사상 첫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을 맺은 선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나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기자회견문을 읽는 선동열 감독의 모습.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14/

중요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한국야구가 암초를 만났다. 야구인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전임 감독제'가 존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는 지난 10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 5개 체육단체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국제대회가 잦지 않거나 대표 상비군이 없다면 전임 감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선동열 사퇴로 이어진 총재의 '사견'

이는 대표팀 감독 선임 권한을 지닌 총재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KBO 측은 이후 "총재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정감사에 'KBO 총재' 자격으로 출석한 정 총재의 발언이 결코 '개인적 소견'에 국한될 수는 없다.

후폭풍이 대단히 컸다. 이 발언은 결국 선 감독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선 감독은 사퇴문을 통해 '나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공석이 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후임 감독 선임이 뒤따라야 한다. 더구나 내년 11월에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프리미어 12 대회가 있다. 또 여기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게 되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야 한다. 원래 선 전 감독의 임기는 도쿄올림픽까지였다.


존폐 기로에 선 '전임 감독제'

하지만 현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은 부차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 정 총재가 반대의사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선 전 감독마저 전임 감독 선임 1년 4개월 만에 갑자기 사퇴했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의 성과를 냈지만, 일부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셌고 여기에 정치권마저 비상식적인 공세로 선 전 감독을 흔들었던 게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서 혼란에 빠진 KBO는 새 감독 선임에 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전임 감독제는 KBO 규약상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당장 다음 감독 선임 문제를 꺼내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전임 감독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 지에 관해서부터 명확히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한국 야구대표팀의 감독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전임감독제'의 존폐에 관한 논란은 언제쯤 정리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KBO리그 10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쥐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 자체가 KBO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규약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KBO 정운찬 총재가 지난 9월3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야구대표팀을 인천공항에서 맞이하며 선동열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인천공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KBO 이사회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KBO는 2017년 6월 13일 간담회 형식의 임시 이사회를 통해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을 일부 개정하고 '전임 감독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어 구본능 전 총재가 한 달 뒤인 7월에 선 전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했다. 때문에 '전임감독제'를 현행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폐지하고 새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에 관한 의결 권한은 여전히 KBO 이사회가 갖고 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현행 규약상으로는 '전임 감독제'가 유효하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만약 이를 폐지하기로 결의한다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차기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지를 보고난 뒤 후임 감독 선임 문제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기 이사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예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1월경 이사회가 열리곤 했다. 결국 내년 1월로 예상되는 KBO이사회에서 전임 감독제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프리미어 12가 11월에 열리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형태로든 명확한 결론이 나와야 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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