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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 와이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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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감독이 남기고 가는 건 우승 트로피만이 아니다.
SK 와이번스가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SK는 팀을 우승으로 이끈 힐만 감독과 이별해야 한다. 지난해 2년 계약을 맺고 감독으로 부임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는데, 힐만 감독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힐만 감독으로 인해 SK는 화끈한 공격 야구의 팀 컬러를 얻었다. 거기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벌써부터 많은 팬들이 힐만 감독이 떠나는 걸 아쉬워하고 있다. 경기력 뿐 아니다. 팬서비스에서도 KBO리그에 새로운 충격을 줬다. 국내 감독들이 꼭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응원단상에 올라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 인연으로 올해 8월 열린 소아암 환우 돕기 행사에서 두 사람이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올해는 소아암 환우를 돕겠다며 머리를 길러 기부했다. 또,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경기 전 팬들에게 음식을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에도 동참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여름에는 소아암 환우를 위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직접 학교에 찾아가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 힐만 감독을 만난 김진욱 군은 건강한 모습으로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시구를 했다. 이건 알려진 것들이고, 본인 의지로 소아암 환우 병동을 몰래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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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 와이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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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은 권위가 필요한 직업이다. 권위가 없으면, 선수단이 감독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그 권위를 지나치게 중요시 여긴다. 표정이나, 언행으로만 권위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한다. 야구 외적인 이벤트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하면 "감독이 왜 그런 것까지 해야하나" 식의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래서 마케팅팀 등 프런트 직원들이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팬서비스나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게 거의 모든 구단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국내 감독에게 김보성 배우 분장을 해보자고 하면 아마 그 직원은 욕을 들었을 것이다. 경기 전 팬들에게 고기를 나눠줄 수 있느냐고 하면 경기 준비에 바쁜데 말이 되느냐고 혼났을 것이다. SK 관계자는 "힐만 감독님은 뭘 요청해도 취지가 좋으면 흔쾌히 OK 사인을 내주시니, 일하는 입장에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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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K 와이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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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독들도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인기가 많은 선수들도 좋지만, 팬들은 팀의 중심인 감독과의 스킨십도 원한다. 늘 무게만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친숙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간다면 자신의 팀과 KBO리그 전체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다. 힐만 감독 때문에 핑계거리도 없어졌다. 경기 준비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경기 전 이벤트에 참석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는데, 힐만 감독은 팬서비스를 다 하고도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웃긴 가면을 쓰고, 선수들 라커룸에 기습 침입해 놀래키면서도 우승을 시켰다.
평소 차갑던 이미지의 염경엽 SK 신임 감독도 "힐만 감독님이 진심으로 팬을 대하는 모습에 나도 배운 게 많다. 쉽지 않겠지만, 나도 팬들을 위해 뭐든 해보겠다"고 약속했으니 다음 시즌 어떤 깜짝 이벤트를 보여줄 지 궁금해진다. 염 감독 뿐 아니라 팬들을 위해 애쓰는 감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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