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차전처럼? 김태형 감독, 불펜 장원준을 어떻게 쓸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1-07 09:05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SK와의 두산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두산 장원준이 SK 로맥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1.04/

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 불펜의 '키맨'은 장원준이다. 나머지 구성은 정규 시즌과 대부분 비슷하다. 필승조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빠진 것은 물론 아쉽다.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카드 한장을 빼놓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에서 최대한 선발 투수를 길게 밀어붙이고, 필승조 2~3명으로 시리즈를 끝내는 구상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과거 우승때도 비슷했다. 때문에 이번 역시 인해전술 보다는 믿고갈 수 있는 불펜 몇몇으로 마무리짓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장원준을 어떻게 쓰느냐는 불확실하고, 또 무척 중요한 요소다. 정규 시즌때 보여준 활약도와 최근 컨디션을 고려했을때 박치국, 함덕주 그리고 베테랑 김승회가 필승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장원준으로 김강률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차전 위기 상황 때도 장원준을 올렸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3-4로 뒤진 7회초 1사 2루에서 내려가자 김강민 타석에서 우완 박치국을 올렸다. 박치국은 김강민을 3루 땅볼로 잡고, 한 타자만 상대한 후 다시 내려갔다. 두산 벤치는 좌타자에 이날 첫 타석에 홈런이 있었던 한동민을 상대하기 위해 좌완 장원준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동민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후 3구 연속 볼을 던진 장원준은 풀카운트에서 3구 연속 커트를 당하고, 결국 볼넷을 내줬다. 볼넷 이후 꼬였다. 제이미 로맥에게도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볼넷을 내줬다. 결국 2사 2루에서 2사 만루를 자초한 장원준은 박정권과의 2B 승부에서 허무하게 폭투로 1점을 내주고, 자동 고의4구로 1루를 채웠다. 스코어 3-5. 2점 차로 벌어지자 김태형 감독은 다시 투수를 김승회로 교체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금 장원준의 구위는 나쁘지 않다. 공은 좋은 편이다.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보고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에 가깝다는 뜻이다. 장원준은 올해 워낙 부침이 큰 시즌을 보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타자들과 상대할때 강한 자신감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더 완벽하고 정교하게 던지려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볼이 많은 것도 코너워크에 지나치게 신경쓰거나, 타자와의 수싸움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다보니 제구가 조금씩 엇나가는 결과다.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올 시즌 장원준의 흔들리는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덤비기 보다는 기다리고, 차분하게 볼을 골라낸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비슷한 상황이 오면 다시 장원준을 올리겠다"고 했다. 두산 입장에서도 장원준이 좋은 활약을 펼쳐줘야 우승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여유있게 앞선 상황이 아니라면, 선뜻 장원준을 1차전처럼 올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에 결과가 다시 안좋으면 여파는 1차전의 몇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고민이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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