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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핫포커스] 예상 밖 SK 불펜-넥센 중심 타자...3차전도 가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10-29 11:40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SK 김택형.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28/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의 발생, SK 와이번스엔 호재였고 넥센 히어로즈엔 악재였다.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첫 두 경기는 홈팀 SK가 모두 가져갔다. SK가 1차전 4개, 2차전 3개의 홈런포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진출 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양팀의 이번 플레이오프, 양팀의 예상이 모두 어긋나고 있다. SK에는 좋고, 넥센에는 나쁜 쪽인 게 승패를 갈랐다.

SK의 플레이오프를 지배할 변수는 불펜이었다. 시즌 내내 불안한 불펜으로 골치가 아팠다. 특히, 정규시즌 막판 잘해주던 마무리 신재웅까지 흔들렸다. 경기가 접전이 되면 타선의 힘이 좋은 넥센이 충분히 경기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이 됐다.

그래서 SK가 1차전 준비한 히든카드는 문승원. 그는 4차전 선발로 내정돼있다. 1차전 불펜 투구는 가능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1차전 선발 김광현에 이어 5점차 리드에서도 문승원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불펜을 믿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문승원이 흔들리며 SK는 7회 5점 리드를 동점으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만약, SK가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차전을 패했다면 그 데미지가 엄청났을 것이다.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PO 2차전이 2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SK 김태훈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내려오며 웃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28/
하지만 믿었던 필승조 김태훈이 1이닝 2탈삼진 호투로 상대 흐름을 끊어준 게 좋았다. 가장 큰 반전은 앙헬 산체스. 정규시즌 막판 극도의 부진으로 엔트리 등록 여부 조차 확신할 수 없던 산체스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최고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며 9회 1사 1, 2루 위기를 막아냈다. 산체스가 등장할 때만 해도 취재진 사이에서 "넥센이 역전하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산체스의 구위는 시즌 초반 괴물 모드일 때와 같았다.

2차전도 마찬가지. 선발 메릴 켈리가 손 저림 증상으로 4이닝을 던지고 강판됐다. 돌발 악재였다. SK는 외국인 쿼터 문제로 산체스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김택형이 5회 역전 위기를 탈출시키며 6회까지 책임을 졌고, 정영일-김태훈-신재웅이 각각 1이닝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특히 가을야구 경험이 일천한 김택형과 정영일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 김택형은 2015 시즌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참가해 1경기 ⅓이닝 2안타 1실점한 경험밖에 없다. 미국에서 야구를 하다 돌아온 정영일은 1군 풀타임 자체가 올해 처음이다. 두 사람이 흔들려 넥센에 기회를 줬다면 2차전이 힘들어질 수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의 씩씩한 투구에 넥센은 기가 눌리며 일찌감치 경기를 내려놓는 내용을 보여줬다.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PO 2차전이 2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2사 1루 넥센 박병호가 삼진을 당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28/
반대로 넥센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됐다. 넥센을 대표하는 타자는 박병호, 김하성, 김민성. 중심타자들이다. 이 세 타자가 2경기 합쳐 타점을 단 1개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찬스가 없었다면 모를까, 찬스마다 헛방망이가 돌아갔다. 송성문, 임병욱 등 신예들이 홈런과 적시타를 치며 애를 썼지만,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주지 못하자 넥센은 치고 나갈 수 없었다. 박병호 8타수 1안타, 김하성 9타수 1안타, 김민성 7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2018 KBO리그 넥센과 SK의 PO 2차전이 28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1사 넥센 김하성이 2루타를 치고 달려나가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28/

이 선수들의 좋은 실력을 갖췄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갑자기 못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중심에서 자신들이 꼭 해결해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다. 김민성의 경우 FA 계약을 앞두고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또 선수들 스스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와일카드결정전 1경기와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며 알게 모르게 피로 누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느낌은 괜찮은 것 같아도, 막상 방망이를 돌릴 때는 생갭다 스피드가 나지 않아 타이밍이 안맞는 것이다. 김하성이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려도, 계속해서 공이 뒤에서 맞아 빗맞고 뜨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부진한 모습을 보면서도 이 선수들을 빼거나 타순을 큰 폭으로 조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는 장정석 감독 뿐 아닌, 전 세계 어떤 감독이더라도 마찬가지다. 주축 선수들이 언젠가는 해줄 거라는 기대감을 쉽게 지우기 힘들다.

SK가 1승만 더하면 시리즈가 종료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넥센이 3차전을 승리하면 분위기가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3차전 관건은 SK의 불펜이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느냐, 넥센의 주축 선수들이 살아냐느냐의 싸움이 될 듯 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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