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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은 2년 연속 광주에 머물지 않았다.
분명히 지난해와 선수들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즌 내내 엇박자속에 경기를 해야했다. 타선이 터지면 마운드가 무너졌고, 마운드가 잘 던지면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믿었던 타선은 기복이 심했다. 대부분 30대 이상의 베테랑 선수로 구성된 타선은 자주 구멍이 났다. 4번 타자 최형우가 찬스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나지완은 끝없는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9번 타자로 타격왕에 올랐던 김선빈은 시즌 종료후 그동안 괴롭혔던 오른쪽 발목을 수술하며 더 좋은 타격을 기대했지만 반대였다. 여러 부상과 부진으로 1군 등-말소가 반복됐고, 코칭스태프는 그 사이 최적의 라인업을 짜느라 고민을 거듭해야했다. 주전이 빠질 대 그 공백을 메워줘야할 백업도 없었다. 최원준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지만 자신의 강점인 타격에서 실력발휘를 못했다.
시즌 내내 수술과 치료가 이뤄졌다. '언제나 4번'이었던 최형우가 3번타자가 되고 안치홍이 새롭게 4번을 맡았다. 버나디나는 3번, 5번을 치다가 1번타자로 바뀌었고, 김주찬이 5번을 맡았다. 1년 넘는 재활을 통해 돌아온 윤석민은 선발로 나갔으나 신통치못했고, 결국 급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마무리가 됐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여전히 좋지 못했던 팻 딘을 후반기 불펜으로 돌리면서 불펜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기량이 급성장한 왼손 임기준이 더해지면서 새롭게 필승조가 만들어졌다. 등판이 들쭉날쭉했던 임창용은 선발이 되는 모험을 했다.
팀은 윤석민이 들어온 것 빼곤 달라진 것이 없지만 시즌 초와는 완전히 달라진 라인업과 마운드가 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체력을 보충한 KIA는 지난해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5위 싸움의 승자가 됐다.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넥센을 이기고 좀 더 위로 올라가길 희망했지만 한번의 패배로 끝. 불안했던 것들이 한경기에 모두 터져나왔다.
KIA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주전이 부진하고 부상으로 빠지는데 이들을 대신해서 싸워줄 선수가 없었다. 아무리 주전들이 좋지 않아도 이들과 비슷한 성적을 낼 선수가 없었던 것. 이는 지난해도 그랬지만 지난해엔 워낙 주전들의 성적이 좋아 가려질 수 있었다. 올시즌에도 주전들의 체력과 부상관리만 잘하면 될 것 같았지만 그들은 철인이 아니었고, 계속 잘칠 수는 없었다. 마운드 역시 마찬가지다. 한승혁이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임기준이 왼손 핵심 불펜으로 성장한 것을 빼면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KIA는 수많은 위기를 뚫고 5위라는 성적으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체면치례는 했다. 올시즌 보인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숙제를 해야한다. 내년이면 베테랑들의 나이가 한살씩 더 늘어난다. 그만큼 리스크는 더 커진다.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느냐가 KIA의 핵심 과제가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