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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여파로 장기 침체기에 빠졌던 강정호(31·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무려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다시 서게 됐다. 피츠버그 구단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강정호의 계약 관계 때문이다. 강정호는 2015년 피츠버그와 4+1년 계약을 맺었다. 기본 4년 계약은 올해로 만료된다. 이제 남은 건 '+1년' 옵션이다. 만약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내년에도 팀에서 뛰게 하려면 5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계약 연장을 포기하면 강정호에게 25만달러만 주면 된다. 금액 차이가 22배나 되기 때문에 당연히 구단으로서는 냉철하게 현재 강정호의 몸상태와 기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신시내티 원정은 강정호에게는 계약 연장을 위한 일종의 '오디션'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사실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여전히 호의적이다. 2015~2016시즌에 강정호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안팎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시즌 동안 강정호는 타율 2할7푼3리에 36홈런, 120타점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2016년 말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며 몰락했다. 이 사고 여파로 미국 취업비자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2017시즌을 그냥 날렸다.
지금 강정호가 완전한 기량을 펼치기는 어렵다. 강정호 본인도 알고, 구단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줄 수는 있다. 예전 기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피츠버그는 재계약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공격력 강한 내야수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약이 안될 수도 있다. 현지 언론은 "피츠버그가 (비용 절감을 위해) 바이아웃 25만달러를 준 뒤에 강정호에게 다른 계약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상 이력 등을 감안했을 때 550만달러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일단 구단이 바이아웃을 선언한 뒤에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추진하는 형태다. 2년 이하 기간에 연평균 100~200만달러 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강정호에게는 좋은 기회다. 피츠버그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에게도 자신의 현재 기량과 상태를 알릴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피츠버그와 재계약에 실패하면 강정호는 FA로 모든 팀과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일본에도 갈 수 있다. 다만 국내로 컴백하려면 전 소속팀인 넥센 히어로즈로 와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