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태정 대전시장 "성적 떨어지면 새구장 없던일로? 임기내 첫 삽 뜨겠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9-27 13:40 | 최종수정 2018-09-28 07:20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은 수 차례 "계획대로 2024년 새 야구장이 개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5일 매진된 대전야구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가 열린 25일 대전야구장은 1만3000명이 입장해 만원이 됐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1만1637명이 경기를 지켜보며 한화를 응원했다. 26일까지 올 시즌 홈에서 개최된 67경기에 67만9741명이 찾았다. 18차례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한 시즌 팀 최다 관중을 넘어 사상 첫 7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64년에 문을 연 '최고(最古)' 구장, 대전야구장은 시즌 내내 뜨거웠다.

내년 2월 2만2000석 규모의 창원 마산 새 야구장이 개장하면, 대전야구장은 KBO리그 10개 구단이 메인구장으로 사용중인 9개 경기장 중 가장 사이즈가 작은 '미니구장'으로 남게 된다.

대전시민, 한화팬들은 야구장 얘기가 나오면 은근히 위축된다. 시세가 비슷하거나 작은 다른 지역에 메이저리그식 볼파크가 속속 들어서는데, 대전야구장 시계는 1960년대에 멈춰있다. 한화 구단이 리모델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설을 손봤지만, 워낙 노후화한 구장이다보니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신축 야구장 건설을 약속했던 허태정 후보(53)가 대전광역시장에 당선된 후 공약을 구체화했다. 대전시는 7월 말 대전야구장 옆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야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까지 나왔다. '베이스볼 드림파크'다. 2만2000석 규모이고, 2024년 완공이다. 그러나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계획대로 이뤄질 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그동안 여러차례 말만 앞세웠다가 무산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계획보다 한참 늦어진 사례가 많았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만난 허 시장은 "새 야구장은 계획대로 2024년에 개장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한화 열성팬이라고 밝힌 그는 "한용덕 감독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한 감독이 시대에 맞는 포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정 운영에 한 감독의 리더십을 벤치마킹 하겠다"고 했다. 또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경기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최·강·한·화'를 소리높여 외치겠다고 했다.

-원정 팀들이 대전야구장의 낙후된 시설에 불만을 토로한다. 시장 취임 전, 취임 후 야구장을 찾았는데.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자주 야구장을 찾았다. 그 때와 비교해보면 많이 바뀌었다. 시설 노후화로 불편이 크고, 관중석이 1만3000석에 불과해 주말에는 조기 매진되는데, 많은 팬들이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은 지 54년이나 돼 규모가 작고,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으로 홈 팬은 물론, 원정 팬들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선수 라커, 실내 연습장이 타 구장에 비해 열악해 원정 팀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한다고 들었다. 내부 공간이 한정돼 있어 훈련 공간을 추가로 설치할 수는 없지만, 새 야구장을 건립할 때 까지 라커 등 내부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예전에도 시장들이 새 야구장 얘기를 했지만, 공약에 그쳤다. 시장의 추진력,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야구장은 대전시 인구가 30만명이던 시절인 1964년에 개장했다. 2000년대 들어 인구가 150만명으로 급증하고, 유성과 서구 지역의 신도시 개발로 야구장을 비롯해 종합스포츠단지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1년부터 '서남부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국토교통부)에 개발제한구역 해제 심의 신청을 했으나, 사업 추진이 답보 상태다. 우선 야구장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7월에 긴급하게 예산 2억원을 확보해 야구장 입지 조건, 타당성 검토 등을 위한 용역수행업체 선정 공모에 들어갔다. 내년 상반기에 용역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중앙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해, 2024년 말까지 야구장을 건립하겠다. 임기 중에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6일 삼성전에서 홈런을 때린 이성열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환영을 바도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용역업체 입찰이 유찰됐다고 들었다. 업체가 발주처인 대전시의 뜻에 따라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용역 결과에 따라 장소가 정해지는 건가.

대전 지역 업체로 한정해 입찰을 했는데 잘 안 됐다. 2억원짜리 계약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 용역 과제를 단순화해 접근하면 되는데 2억원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해 용역 과제를 조정했다. 결과에 따른다기보다는 고려해서 결정하겠다.

-차질 없이 제 때에 문을 열 수 있나. 다른 지역을 보면 계획보다 늘 늦어졌다.

1360억원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과 언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위치, 규모를 결정하겠다. 최근 건립된 광주, 대구야구장 사례와 같이 한화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 사전 행정절차이행과 설계, 공사까지 6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장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으로 어떻게 신축 야구장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광주, 대구 새 구장은 구단 모기업이 비용을 분담했다. 한화는 어느 정도 금액을 부담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이 내길 바란다.(웃음) 그만큼 더 많은 혜택 주겠다. 한화와 함께 여러가지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대전시는 총 1360억원 중 국비 300억원, 시비 660억원, 민간에서 4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부진했던 한화가 선전하면서 신축 구장이 급물살을 탔다. 향후 성적이 안 좋아지면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겠나.

몇년 전에 한화가 13연패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가서 응원했다. 첫 승을 거둘 때 현장에 있었다. 대전 충청권에 한화를 응원하는 고정팬이 두텁다. 성적과 상관 없이 한화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 야구장 신축 얘기도 지역사회에서 먼저 나왔다. 선거와 한화 성적이 맞물려 지역사회에서 공론이 조성된 것이다. 시장 후보로서 공약을 내세웠는데,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 새 야구장 건립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원도심 지역인 한밭종합운동장, 대전야구장 일대에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새 야구장의 경제 유발효과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프로야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지역 대학 교수의 조사 자료를 보면, 2016년 대전야구장을 찾은 관중이 66만3000명이었고, 1863억원의 지역경제유발 효과를 낸 것으로 나왔다. 광주, 대구는 야구장 신축 후 관중이 큰 폭으로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만2000석 야구장이 들어서면 2000억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위치보다 유성 노은지구가 관중동원에 유리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현재 종합경기장 자리에 새 야구장을 짓고, 종합운동장을 다른 곳에 신축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닌가.

대전은 교통 접근성이 좋아 원정 팬들이 많이 찾는 구장이다. 야구장 위치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도시 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밭종합운동장 인근에 도시철도 2호선 역(2025년 예정)이 들어선다. 한밭종합운동장을 이전할 경우에는 4000억원 이상의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50만 광역시의 격에 맞는 종합운동장과 야구장의 신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유성 쪽에 새 구장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던데.

사실이다. 세종시 입장에서는 세종시와 가까운 곳에 세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야구장 신축은 (팬들의 접근성 뿐만 아니라) 대전시 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현재 야구장이 위치한)원도심이 낙후돼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위치 이동은 그런 의미에서 심도있게 접근해야 한다. 여러가지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용역조사에서)불가능한 평가가 나온다면, 그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돔구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돔구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가.

돔구장도 여러가지 안에 넣겠지만, 재원 부담이 워낙 커 (현실적으로)어렵다.


허태정 대전장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한화 이글스는 대전시민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됐다. 지난 10년 간 가을야구를 못했는데, 올해는 빛이 보인다. 한화의 선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나. 포스트시즌에 간다면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 있나.

올해 한화가 한용덕 감독과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 2~3위권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시민의 염원을 담아 한화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가을야구 뿐만 아니라 우승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야구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최·강·한·화'를 목청껏 외치겠다. 한화가 우승하면 꼭 선수단을 초청하겠다.

-가장 좋아하는 한화 선수를 꼽아달라.

한화가 시민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합된 힘을 실어주는 마법같은 존재다. 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최·강·한·화' 육성응원을 들어보면 공감할 것이다. 경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한화 선수 모두를 응원하고 좋아한다. 특히, 한용덕 감독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개인적은 인연은 없지만, 한 감독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카리스마를 내세운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평가를 받았는데, 한 감독은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포용의 리더십 속에 강인함도 필요하다. 지도자 한명이 바뀌었다고 팀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솔직히 부럽다. 시정 운영에 한 감독의 리더십을 벤치마킹 하겠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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