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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갑자기 이닝 시작을 멈추게 했다."
이런 이색 로컬 룰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의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을 보유한 국가라서 적용된 듯 하다. 인도네시아 총 인구(약 2억7000만)의 87% 가량이 이슬람교를 따르고 있다. 이들에게 매일 5번의 기도는 신성한 의무다. 태양이 뜨는 시간에 따라 지역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이른 새벽(약 5시경)과 오후 네 차례를 엄격히 지킨다. 실제로 자카르타 시내에는 곳곳에 이슬람 사원이 있고, 여기서 해당 기도시간이 되면 코란(이슬람교 성전)을 읊조리며 기도하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바깥으로 크게 울려 퍼지곤 한다.
선 감독이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뒤 과연 이 '기도시간 일시중지'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지 현지 취재진 사이에서 궁금증이 커졌다. 그러나 예선 첫 날인 26일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 치러진 B조 2경기(인도네시아-홍콩전, 한국-대만전) 때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홍콩전은 현지시각 낮 12시, 한국-대만전은 오후 6시30분이었다.
결국 이 로컬 룰은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그나마 이닝 중간에 경기가 바로 중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다. 그러나 기도 시간이 시작되더라도 이닝이 한창 진행 중이면 이게 종료되기를 기다렸다가 중지를 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무로이 씨는 "기도 소리가 엄청 시끄러워서 경기 자체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종교적인 이유보다는 경기력 유지 측면에서 이 로컬 룰을 만든 듯 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