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의 조급증? 이닝보장 못받는 다저스 선발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8-22 14:46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이틀 연속 선발투수를 조기 강판시키며 게임을 어렵게 몰고가 연패를 당했다. 지난 20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직후 브라이언 도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로버츠 감독. AP연합뉴스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이 유력하다던 LA 다저스는 현재 위기다.

다저스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게임에서 2대5로 패했다. 선발 류현진이 4이닝 4안타 3실점으로 나름 역투했지만, 공격에서 타자들이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이틀 연속 패배를 당했다. 다저스는 67승60패를 기록, 지구 3위를 유지했다. 지구 선두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이날 LA 에인절스를 5대4로 물리쳐 다저스와의 승차는 3.5경기로 벌어졌다.

내셔널리그에서 각 지구 1위팀을 제외한 12개팀 가운데 다저스 승률은 5위에 그친다. 올시즌 서부지구 팀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다저스는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 탈락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다. 이것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를 '때이른' 시점에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과가 좋을 때는 과감한 투수교체라는 찬사를 듣지만, 실패할 경우 '조급증' 때문에 경기를 망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날 류현진 선발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다저스는 1-3으로 뒤진 4회말 선두 야스마니 그랜달의 볼넷, 크리스 테일러의 좌익선상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맞았다. 점수차를 좁히거나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다음 타자는 8번 야시엘 푸이그였다. 푸이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9번 류현진이 덕아웃에서 헬멧을 쓰고 타격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또다른 타자 브라이언 도저가 대기 타석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저스 벤치의 작전이 읽히는 장면. 푸이그가 한 점이라도 불러들이면 류현진을 그대로 내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도저를 대타로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푸이그가 세인트루이스 선발 다니엘 폰세데레온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자 예상대로 류현진은 헬멧을 벗고 그대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도저마저 삼진으로 물러났고, 1번 작 피더슨도 외야 플라이로 아웃돼 다저스는 한 점도 뽑지 못하고 기회를 날려버렸다. 더 던질 수 있는 선발은 이제 쓸 수 없게 됐고, 대타 작전은 최악의 결과를 낳아 덕아웃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다저스는 이후 불펜진이 추가 실점을 해 더욱 어려운 경기가 됐다.

로버츠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도 비슷한 시점서 선발투수를 바꿨다. 0-1로 뒤진 5회초 선발 알렉스 우드가 선두 맷 카펜터에게 2루타, 호세 마르티네스에게 우전적시타를 내준 뒤 보크에 이어 폴 디용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3루에 몰리자 투수를 J. T. 샤그와로 교체했다. 그러나 샤그와가 마르셀 오수나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무사 만루 상황에서 투수를 페드로 바에스로 다시 바꿨다. 바에스는 패트릭 위스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점수는 0-3으로 더욱 벌어졌다. 다저스는 7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고 3-3으로 겨우 동점을 만들었지만, 마무리 켄리 잰슨이 9회말 솔로홈런 두개를 맞는 바람에 3대5로 결국 패하고 말았다.

우드의 투구수는 71개,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72개였다. 다저스 불펜진은 이틀 연속 실점을 했고, 타선은 집중력을 잃었다.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한 달 이상 남았는데도,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이 빈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저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는 클레이튼 커쇼 밖에 없다. 나머지 선발들은 4회 정도가 되면 상황에 따라 언제 바뀔 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다저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25로 내셔널리그 1위지만, 불펜진은 3.91로 7위에 처져 있다. 하지만 선발보다는 불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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