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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차우찬이 실로 오랜만에 선발로 제몫을 했다. 시기상 '왜 진작 이러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여름 들어 슬럼프가 길었다는 이야기다. 6월 11일 발표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던 차우찬은 공교롭게도 지난 13일 대표팀 탈락이 결정된 직후 가진 첫 등판서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차우찬은 앞서 7월 6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6경기 연속 6점 이상을 내주는 난조를 겪었다. 후반기 들어 LG가 급추락한 원인 중 하나가 차우찬의 부진이었다.
물론 7월 이후 고관절 통증으로 제대로 밸런스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복귀 후에도 제구력 안정을 찾지 못해 슬럼프가 길어졌지만, 모든 건 차우찬 자신의 책임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앞두고 좋을 때의 피칭 감각을 찾았다는 점이다.
출발이 순조로웠다. 3-0의 리드를 안고 1회말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노수광과 김강민, 제이미 로맥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2회에는 1사후 이재원에게 볼넷, 2사후 최 항에게 우월 2루타를 허용해 첫 실점을 했다. 그러나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8-1로 넉넉하게 앞선 3회에는 1사후 노수광에게 좌전안타, 2사후 로맥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3루에 몰렸지만, 최 정을 128㎞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10-1로 앞선 4회에는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 1,2루에 몰렸다가 박승욱을 또다시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벗어났다. 12-1로 크게 앞선 5회에는 9개의 공으로 SK 1~3번을 모조리 범타로 제압했다. 13-1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6회에는 1사 만루서 강승호에게 슬라이더를 구사하다 2타점 중전안타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후 차우찬은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 중요한 경기를 승리해서 기쁘다. 그동안 계속 부진해서 죄송했는데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