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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반슬라이크의 홈런이 드디어 터졌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물론 그러는사이 김태형 감독에게 반슬라이크 질문이 쏟아졌다. 그럴만도 했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타자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1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부재 중인 외국인 타자에 대한 질문이 실례일 수 있지만 두산은 그렇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반슬라이크에 대한 질문도 매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슬라이크의 1군 부재 기간이 길어질 수록 김태형 감독의 답변은 더 짧아졌다. 2군에서 열심히 하고는 있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는 늬앙스였다.
그리고 복귀 첫 2연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반슬라이크는 지난 9~10일 수원 KT 위즈와의 2연전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초반보다 헛스윙 비율이 줄고, 공을 맞춰나간다는 것은 더 나은 점이었지만 여전히 타이밍이 맞는다고 볼 수는 없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홈런 이후 더그아웃에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동료들이었다. 주장 오재원을 비롯해 두산 선수들은 반슬라이크의 홈런이 터지자 밝게 웃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반슬라이크 역시 홈런 타자에게 주어지는 곰인형을 꼭 쥐고 쑥스럽게 웃었다.
부진 응어리를 풀어낸 첫 홈런이지만,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사실 두산도 지금처럼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운되고, 돌아가며 잔부상에 시달릴 때는 외국인 타자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타선의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최우선 과제다. 남아있는 가을 무대를 위해 반슬라이크의 반등은 필수요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