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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 뜨거운 지역민 반응 vs 열악한 시설…제 2 홈구장 딜레마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8-09 12:36 | 최종수정 2018-08-10 09:00


울산 문수구장 전경. 스포츠조선DB

울산 문수구장 좌측 파울 폴. 펜스보다 뒤쪽에 위치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포항구장. 스포츠조선DB

지역 야구팬들에게 최고의 팬서비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불편한 장소?

울산 문수구장에서 지난 7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롯데가 2-0으로 앞선 3회말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2사 2루에서 이대호가 왼쪽 펜스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공은 담장을 넘어 파울 폴 근처에 떨어졌다. 3루심의 최초 판정은 홈런이었지만, LG 벤치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파울로 번복됐다.

폴의 위치가 문제였다. 폴이 담장 바로 위가 아니라 2m 정도 뒤쪽으로 떨어져 설치된 것이다. 원칙대로 자리하고 있었다면, 이대호의 타구는 파울이 아닌 홈런이었다. 다행히 롯데가 승리를 거둬 이대호의 홈런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승패를 가르는 점수였다면 상황은 심각했을 것이다. 문수구장을 관리하는 울산시는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보수를 약속했다. 롯데는 문수구장에서 다음달 6~7일 SK 와이번스와 2연전을 예정돼 있다.

롯데는 매년 문수구장에서 6경기 이상 치르고 있다. 롯데 뿐만 아니라 한화 이글스는 청주구장, 삼성 라이온즈는 포항구장에서 제2 홈 경기를 치르고 있다. 문수구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개최 장소다. 롯데는 NC 다이노스가 창단되기 전인 2010년까지 창원 마산구장을 제2구장으로 사용했고, 이후 무대를 문수구장으로 옮겨 꾸준히 경기를 치르고 있다.

지방 연고팀들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2 홈구장을 사용한다. 연고권 내 다른 지역 팬들에게 홈 경기를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팬들과 스킨십을 나누는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제2 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면 해당 지역은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 시민들은 즐길 수 있는 문화 혜택이 많지 않다. 프로야구 연고팀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 지난 6월 19~21일 청주에서 열린 한화-LG전은 모두 매진(1만석)됐다. 7월 10~12일 포항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 경기는 평균 관중이 8000명을 넘었다. 롯데가 울산에서 치른 경기도 반응은 뜨거웠다.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8일 문수구장에서 열린 LG전은 1만2038석 매진이 됐다. 팀 성적이 좋을 때는 '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프로야구 경기를 유치하고자 한다. 지역팬들도 제2구장 경기가 확대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일단 입장 수익에서 차이가 난다. 제2 구장의 규모가 홈 구장보다 작아 입장 인원이 줄어든다. 롯데는 사직구장 정원이 2만5000명이지만 문수구장은 1만2037석이다. 한화도 대전구장은 1만3000석인데, 청주구장은 1만석 규모다. 삼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전 시민구장을 쓸 때는 2013년에 지은 포항구장 시설이 더 좋았지만, 현재 최신 시설을 갖춘 라이온즈파크를 쓰고있다. 라이온즈파크는 최대 2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포항구장은
청주구장. 스포츠조선DB
1만2000석이다.

무엇보다 경기장 시설이 열악하다. 문수구장은 이번에 화제가 된 홈런 폴 말고도, 고척 스카이돔, 포항구장과 함께 인조잔디가 깔린 3개 구장 중 하나다. 천연 잔디에 비해 온도 조절 기능이 거의 없다보니 지열이 엄청나다. 관리가 까다로워 부상 위험도 크다. 2012년에 신축 개장한 포항구장은 비교적 시설이 낫지만, 마운드와 그라운드 흙, 더그아웃 구조가 지적되고 있다.

열악하기로 따지면 청주구장이 가장 심각하다. 한화 구단과 청주시는 2007년과 2013년 수십억원을 들여 보수 공사를 했다. 2016년에는 12억원을 투자해 시설 개선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20억원을 들여 조명 시설을 LED로 교체했다. 그러나 1979년에 개장한 야구장이다보니 근본적인 불편함은 해소하기 힘들다. 더그아웃 천장이 너무 낮아 선수들이 머리를 부딪히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여야 하고,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선수들이 샤워를 못할 때도 있다. 선수단과 관계자용 식당도 경기가 있는 날만 임시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공통적인 불편함은 숙소다. 선수들이 홈 경기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 이점은 '집에서 자고, 집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2 구장 경기는 홈팀도 원정 경기나 마찬가지다. 울산은 비교적 숙소 사정이 괜찮지만, 포항의 경우 삼성 선수단은 경주 시내에 있는 숙소를 쓰기 때문에 왕복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한화도 청주 경기가 있을 때는 시내 호텔을 사용한다. 다만 청주는 선수단이 사용할만 한 숙소가 한화가 쓰는 호텔 뿐이라, 원정팀은 주로 대전에 위치한 호텔에서 이동해야 한다.

지방팀들이 제2구장 경기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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