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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 '조커' 카드, 두산이 우승 후보 0순위인 이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08:33


2018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류지혁이 4회말 1사후 우월 동점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8.07/

분위기가 가라앉을뻔 한 순간, 류지혁의 동점 홈런이 터졌다. 더그아웃에서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태형 감독이 박수를 쳤다.

1위 두산 베어스에게도 고민은 있다. 여름들어 지친 투수진 때문이다. 두산의 7월 이후 팀 평균자책점은 6.07로 10개 구단 중 9위다. 10위 LG 트윈스(6.78)와 더불어 두팀만 6점대 평균자책점이다.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등 최근 분위기를 끌어올린 팀들이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동력을 얻은 반면, 두산은 투수진이 조금 지쳤다. 국내 선발진들이 난조를 보이고 있고 불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유있는 1위다. 위기때 나오는 힘 덕분이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은 두산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두산은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원정 2연전에서 예기치 않은 일격을 당하며 2경기를 모두 졌다. 세스 후랭코프와 조쉬 린드블럼이 나란히 등판한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였다. 후랭코프는 1회에 공 2개 던지고 헤드샷 퇴장을 당하면서 첫날 경기가 완전히 꼬여 대패했고, 이튿날 린드블럼은 호투했으나 후반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금 가장 믿을 수 있는 '원투펀치'를 내고도 2패를 기록한 것은 두산에게도 적지 않은 내상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한화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대다. 2~3위권에서 꾸준히 두산을 견제하는 팀이고, 올 시즌 만날 때마다 난전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 두산은 이미 박건우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김재호와 최주환, 허경민까지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경기를 치렀다.

선발투수 유희관이 2회초에 흔들리며 지성준에게 선제 스리런을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쉽지 않을거라 예상했다. 한화의 선발이 키버스 샘슨이라 공략이 어려운데다 두산의 타선도 현재 '베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2회말 곧장 동점에 성공했다. 오재일-정진호-김인태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 타자들이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류지혁과 조수행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3-3 균형을 이뤘다.

3회초 다시 실점해 3-4로 뒤진 4회말 공격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선두타자 황경태가 1B1S에서 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를 향해 뛰었다. 타구 속도가 애매해 잘하면 세이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타이밍은 세이프였지만, 심판진은 황경태가 라인 안쪽 페어 지역으로 뛰며 포구를 방해했다는 판단에 아웃을 줬다. 4회초 2사 1루에서 견제로 1루주자를 잡고 4회말 수비에 들어온만큼 황경태가 살아나갔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지만, 아쉬운 실수였다.

그때 류지혁의 홈런이 터졌다. 류지혁은 샘슨을 상대로 4-4를 만드는 동점 솔로포를 쳤다. 올 시즌 첫 홈런이 팀 분위기를 완전히 살리는 점수가 됐다. 이후 두산은 5회와 7회 추가점을 얻어 6대4 승리했다. 9회초 마무리 함덕주가 흔들리며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이성열-제라드 호잉를 잡아낸 이후 상대 더블 스틸 작전을 잡아내며 승리를 완성했다. 완벽한 전화위복. 두산 입장에서는 가장 짜릿한 승리였다.


이처럼 두산이 올 시즌 내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비결은 탄탄한 야수층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상 선수가 많고, 주전 선수들도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대체로 나온 선수들이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무한대 '조커' 카드가 두산의 우승을 더욱 가깝게 당겨오는 셈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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