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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가라앉을뻔 한 순간, 류지혁의 동점 홈런이 터졌다. 더그아웃에서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태형 감독이 박수를 쳤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한화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대다. 2~3위권에서 꾸준히 두산을 견제하는 팀이고, 올 시즌 만날 때마다 난전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날 두산은 이미 박건우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김재호와 최주환, 허경민까지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경기를 치렀다.
선발투수 유희관이 2회초에 흔들리며 지성준에게 선제 스리런을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쉽지 않을거라 예상했다. 한화의 선발이 키버스 샘슨이라 공략이 어려운데다 두산의 타선도 현재 '베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3회초 다시 실점해 3-4로 뒤진 4회말 공격에서도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선두타자 황경태가 1B1S에서 포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를 향해 뛰었다. 타구 속도가 애매해 잘하면 세이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타이밍은 세이프였지만, 심판진은 황경태가 라인 안쪽 페어 지역으로 뛰며 포구를 방해했다는 판단에 아웃을 줬다. 4회초 2사 1루에서 견제로 1루주자를 잡고 4회말 수비에 들어온만큼 황경태가 살아나갔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지만, 아쉬운 실수였다.
그때 류지혁의 홈런이 터졌다. 류지혁은 샘슨을 상대로 4-4를 만드는 동점 솔로포를 쳤다. 올 시즌 첫 홈런이 팀 분위기를 완전히 살리는 점수가 됐다. 이후 두산은 5회와 7회 추가점을 얻어 6대4 승리했다. 9회초 마무리 함덕주가 흔들리며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이성열-제라드 호잉를 잡아낸 이후 상대 더블 스틸 작전을 잡아내며 승리를 완성했다. 완벽한 전화위복. 두산 입장에서는 가장 짜릿한 승리였다.
이처럼 두산이 올 시즌 내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비결은 탄탄한 야수층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상 선수가 많고, 주전 선수들도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대체로 나온 선수들이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무한대 '조커' 카드가 두산의 우승을 더욱 가깝게 당겨오는 셈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