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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 레전드 게리 리네커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서독에 패하고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11명씩 두 팀으로 나눠 경기하다 마지막엔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다"고 한 말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기간에 회자됐다. 여러 과정,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독일 축구가 항상 좋은 성적을 낸다는 얘기인데, 독일축구의 견실한 힘을 강조하면서도 운명론적 체념이 살짝 담긴 말로 들린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팀 독일이 한국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지만, 어쨌든 요즘 KBO리그를 보면 리네커가 한 말에 '독일' 대신 '두산 베어스'를 넣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남은 시즌에 치열한 승수쌓기 경쟁이 이어지겠지만, 결국 선두 독주중인 두산이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것 같은 그림 말이다.
최근 3년간 두산전 상대전적을 보면, '기울어진 왕조' 삼성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2015년 두산에 11승5패로 앞섰던 삼성은 2016년 6승10패로 밀렸다. 탄탄한 전력을 구축한 두산이 최강팀으로 올라오고, 삼성이 내리막길에 접어든 교차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전력차가 크게 벌어진 지난해 삼성은 두산을 상대로 3승1무12패를 마크했다. 상대팀 최저 승률이다. 반대로 두산은 삼성전에서 KT보다 1승이 많은 최다승을 거뒀다.
두산 앞에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삼성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