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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야구의 꽃'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타자 중심의 시각이 담긴 표현이다. 큰 것 한방으로 갈리는 승부에서 홈런은 투수에게 깊은 내상, 트라우마를 남긴다. 보통 투수들은 외야 펜스 너머로 뻗아가는 타구를 외면하고 고개를 떨군다. 피해갈 수 없는 게 홈런이라지만, 피홈런은 실투의 결과물이다.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윤성환은 24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71이닝을 던지면서 17홈런을 맞았다. 58이닝 동안 19홈런을 내준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에 이어 피홈런 전체 2위다. LG 트윈스 차우찬(16개·93이닝), KIA 타이거즈 팻 딘(15개·115이닝)이 뒤를 잇고 있다. 피홈런 1위인 신재영보다 조금 낫지만, 소속팀의 핵심 전력으로 올 시즌에 고전하고 있는 차우찬, 팻 딘보다 피홈런이 많다. 문제는 경기 초반 홈런으로 흐름을 내주거나, 승부처에서 홈런을 맞는다는 데 있다.
윤성환은 24일 대구 두산 베어스에서 2회 오재원, 3회 조수행에게 각각 1점 홈런을 맞았다. 초반 홈런 2개를 내주고 3실점한 윤성환은 결국 4⅔이닝 8안타(2홈런)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홈런 2개 모두 밋밋한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려 통타당했다. 6월 19일 SK 와이번스전에선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다가, 5회 한동민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강판됐다. 1군 복귀전이었던 6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1~2회 홈런 3개로만 6실점했다. 이 경기에서 2이닝 8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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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 투수인 윤성환은 이전에도 피홈런이 많았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매년 피홈런 5위 안에 들었다. 2017년에 174⅓이닝-피홈런 22개로 공동 2위, 2016년 180이닝-25개-2위, 2015년 194이닝-27개-5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이 때는 많은 투구 이닝을 소화하면서, 1선발다운 피칭으로 피홈런을 상쇄했다. 피홈런이 많긴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많이 다르다.
윤성환을 바라보면서 김한수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