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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아버지 꿈 이룬 아들, 유일한 대졸...1차 지명 갖가지 사연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6-25 16:20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KBO 정운찬 총재와 10개 구간 1차 지명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공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프로야구 각 팀의 미래 간판이 될 선수들, 어떤 사연 속에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19 KBO 신인 1차 지명 발표 행사를 가졌다. 그동안 구단이 미리 선택을 하면, 일괄 발표를 해왔다. 가장 주목받아야 할 1차 지명 신인 선수들이 2차 신인드래프트 선발 선수들과 비교해 덜 주목받는 기형적 현상을 없애고, 축하 속에 프로 첫 발을 내딛게 하자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공개 행사를 했다.

10개 구단은 고심 끝에 원석들을 뽑았다. 그 중 재밌는 사연을 가진 선수들을 소개한다.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삼성 홍준학 단장이 경북고 원태인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소공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아들이…

삼성 라이온즈는 경북고 출신 우완투수 원태인을 선택했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10년 전부터 이 선수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자원이라는 뜻이었다. 우완 정통파로 구위와 경기운영 모두 고교 수준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다.

원태인의 부친 원민구(61)씨는 84년 삼성 1차 지명을 받았었다. 입단은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1차 지명이지만 제한 없이 선수를 뽑을 수 있었던 시절. 어찌됐든 1차 지명이기에 부자가 한 팀의 1차 지명을 받은 첫 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이종범 MBC 스포츠+ 해설위원과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부자도 같은 1차 지명 출신이지만 이 위원은 해태 타이거즈의 선택을 받았었다.

부친 원씨는 당시를 돌이키며 "내가 은행 실업팀에서 1년을 뛰고 난 뒤 프로팀이 창단됐다. 군에 입대할 나이였기에, 프로에 가는 것보다 은행에 남는 게 미래 안정성에 있어 낫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하며 "군에 다녀온 후 창단팀인 빙그레 이글스에서 나를 데려가려 했지만, 삼성이 보유권을 풀어주지 않아 프로 유니폼을 못입었었다. 나는 프로에서 못뛰어봤지만, 아들이 내 꿈을 대신 이뤄줬으니 됐다"며 밝게 웃었다. 원씨는 현재 대구 경복중 야구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LG 김동수 스카우트 총괄이 동아대 (성남고) 투수 이정용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소공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유일한 대졸 출신 뽑은 LG 트윈스


LG 트윈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동아대 출신 우완 정통파 투수 이정용을 선택했다. 최근 프로팀들은 신인선수들이 당장 1군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판단 하에, 미래를 보고 선수를 뽑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졸 출신 선수들을 선호한다.

LG는 특히 그랬다. 전면 드래프트가 아닌 1차 지명에서 대졸 선수를 뽑은 건 19년 만이다. 2000년 최경환(은퇴)이 마지막이다. LG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은 "고졸 선수와 대졸 선수를 놓고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지난 몇년 간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그런 자원들은 충분하기에 즉시 전력감을 생각했다. 이정용은 현재 아마추어 투수 중 최고 수준의 공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용은 부산에 위치한 동아대 출신이지만, 고등학교를 서울(성남고)에서 다녔기 때문에 LG의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정용은 "대졸 신인다운 성숙함을 보여드리겠다. 직구와 컨트롤에 자신있다.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투수를 늦게 시작해 팔도 싱싱하다"고 적극적으로 셀프 홍보를 했다.

이정용은 고교 2학년 때 처음 투수로 시작했고, 고교 3학년 때는 20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프로팀들의 지명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차근차근 투수로 성장했고, 지금보다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 팀장은 "공이 살짝 가벼운 느낌이 있는데, 이는 프로에 와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 해결될 문제다. 변화구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다 던질 줄 아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두산 전풍 사장 이 휘문고 김대한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소공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투수를 시켜야 하나, 타자를 시켜야 하나

두산 베어스는 휘문고 출신 김대한을 호명했다. 유일하게 투수 겸 외야수로 소개가 된 선수다.

타자로는 올시즌 12경기 타율 5할4푼5리를 기록중이다. 투수로는 경기수가 부족하지만 150km 강속구를 뿌릴 줄 안다. 김대한은 지명 후 단상에 올라 "포지션은 구단이 정해주시는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도 아직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단은 투수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구단 내부 생각이다. 타자도 좋지만, 150km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어깨를 쉽게 포기할 구단은 없다. 김태형 감독의 의중이 가장 중요할 듯 하다.

선수 본인은 구단 얘기를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타자쪽 얘기를 더욱 힘 줘서 했다. 김대한은 "투수로는 출전 경기수가 많지 않았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하며 "타자로는 시합도 많이 뛰었고 기록도 좋았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의 행복한 고민이 이어질 듯 하다.


2019 프로야구 신인 1차지명 드래프트가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한화 박종훈 단장이 북일고 변우혁에게 유니폼을 전달하고 있다.
소공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6.25/
진짜 제2의 김태균이 나타날까

한화 이글스는 북일고 4번타자 변우혁을 지명했다. 한화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김태균 고교 시절과 비교해 공-수 모두에서 그 때 김태균보다 낫다. 제2의 김태균이 될 거라 생각하고 뽑았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키 1m85 몸무게 90kg으로 일단 힘이 매우 좋아 보이는 건장한 체격이다. 올해 14경기 타율 3할3푼3리 4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파워쇼케이스 월드클래식 홈런왕 경연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었다.

변우혁은 제2의 김태균이라는 얘기에 대해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다. 롤모델인 김태균 선배님을 포함해 한화 선배님들이 올시즌 너무 잘하고 계셔서 모든 점을 닮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어 "1군에서 뛴다면 10개 정도의 홈런을 치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KIA 타이거즈는 광주동성고 출신 좌완 투수 김기훈, 롯데 자이언츠는 경남고 사이드암 서준원, NC 다이노스는 마산용마고 출신 내야수 박수현, SK 와이번스는 인천고 좌완투수 백승건, 넥센 히어로즈는 경기고 우완 정퉁파 박주성, KT 위즈는 안산공고 좌안 전용주를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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