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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홈 충돌규정,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21 20:51


2018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기전, SK 힐만 감독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4.29/

"판단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지난 20일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7회말 다린 러프의 홈 쇄도 때 나온 판정에 대해 어필하다가 올 시즌 첫 감독 퇴장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김익수 구심은 SK 포수 이재원이 왼쪽 다리로 슬라이딩을 하는 러프를 블로킹했다고 판단해 세이프를 선언했다. 힐만 감독은 즉각 항의 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가 유지된 후에도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에게 어필을 하다 퇴장 처분을 받았다.

하루가 지나 힐만 감독에게 당시 상황과 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항의를 한 정확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몇 가지 사실이 명확해졌다. 우선 힐만 감독은 비디오 판독 이후 감독이 심판에게 어필을 하면 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던 이유가 있다. 그는 "이재원이 주자를 방해했다는 심판의 판단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어필을 이어간 이유를 밝혔다.

특히 힐만 감독은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포수 사이의 접촉에 관한 룰에 관해서는 남다른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화가 나서 항의를 한다기 보다는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신이 아는 바와 비교하고 싶었던 것이다. 힐만 감독의 이 같은 확신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른바 '버스터 포지룰'이 만들어 지던 당시에 직접 현장에서 이에 관여한 당사자 중 하나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의 간판 스타포수인 포지가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부딪히며 정강이뼈 골절상을 입었다. 이때 촉발된 논란은 결국 2013시즌 종료 후 MLB사무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룰을 제정하게 만들었다.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는 주루선상에서 벗어나 포수와 일부러 부딪혀선 안 되고, 포수 또한 '공을 잡기 전'에 주자의 진행을 막아선 안된다는, 일명 '버스터 포지룰'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 힐만 감독은 2010년 10월부터 2013년까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인 LA다저스 코치였다. 즉,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논란이 벌어지던 시기에 그 폭풍의 중심에 있던 것이다.


◇2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SK 와이번스전 7회말에 나온 문제의 장면. SK 2루수 김성현의 높은 송구를 받은 포수 이재원이 홈 슬라이딩을 하려던 삼성 러프를 태그하려고 몸을 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이재원의 왼 다리가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았다.(빨간 박스 안). 김익수 심판(오른쪽)은 이재원이 야구 규칙 7.13(b)-주로 방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SPOTV 중계화면 캡쳐.
때문에 힐만 감독은 "홈에서 포수와 주자의 접촉에 관한 룰은 내가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 화제가 됐고, 여러 논의를 거쳐 명문화됐다. 나 역시 당시 다른 코치와 선수들, MLB 심판진과 이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토대로 MLB에서 '포지룰'이 만들어졌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20일 심판진의 콜은 문제가 있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힐만 감독은 "KBO의 홈플레이트 충돌 규정이 MLB 규정에서부터 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내가 MLB 현장에서 보고 정립한 것과는 다르게 적용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면서 "내가 심판보다 똑똑하다거나 더 많이 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 규정이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지켜보며 쌓아온 경험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SK만이 아닌 다른 9개 구단을 위해서도 정확한 룰이 리그 전체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내 경험을 근거로 KBO 사무국이나 심판진과도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는 2016년부터 홈 충돌 방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KBO리그 공식야구규칙 7.13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b)항에는 '포수는 자신이 공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득점을 시도하는 주자의 주로를 막을 수 없다. (중략) 포수가 송구를 받으려는 정당한 시도과정에서 주자의 주로를 막게 되는 경우에는 규칙 위반으로 간주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힐만 감독은 이재원이 공을 먼저 잡고 있었기 때문에 주루 방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비디오 판독 후에 심판에게 "이재원이 공을 갖고 있는 지 확인했나"라고 물었던 것이다. 영상을 보면 러프의 슬라이딩을 막은 이재원의 왼쪽 다리는 공을 잡는 동작과 함게 움직였다. 먼저 막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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