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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팬들의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 선동열 감독과 몇몇 선수들에게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낸다. 태극마크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 차이,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모두를 100% 만족시키는 엔트리는 없다. 기준의 차이에 따라 견해는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 구성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누구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총책임자다. 대표팀을 향한 환호도, 비난도 가장 직격으로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열심히'란,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태도를 뜻한다. 최근에는 냉정히 말해 대표팀의 자부심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기 쉬운 대표팀 선발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 FA(자유계약선수) 100억원 시대가 열리면서, 선수의 몸은 곧 재산이다. 리그에서 활약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우선이지 대표팀에 우선 순위를 두기는 어렵다. 10여년전과 비교해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 선수들은 "대표팀 경기에 나가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동감해달라고 강요할 수도 있는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도 팀 플레이다. 한두 선수가 몸을 사리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팀 전체 분위기에 곧장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전 감독도 여러 차례 그런 부분에 있어 팀을 꾸려나가는데 고충이 있음을 토로했다. 선동열 감독 역시 대표팀 투수코치를 여러 해 동안 맡으면서 누구보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작년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얻은 점들도 컸다. 각팀의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팀 분위기가 역대 어느 대표팀보다 좋았다. 시즌 종료 후에 하는 대회라 포스트시즌까지 치르고 출전한 선수들은 피로가 쌓였을 법도 한데, 자발적으로 열심히 뛰었다. 능동적인 의욕도 넘쳤다. 대회 중간 쉬는날에도 상대 분석을 위해 선수들이 티켓을 구해달라 먼저 요청해 야구장을 찾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감동했다"고 말할 정도다.
가장 마음이 움직였던 사람은 단연 선동열 감독이었다. 선 감독 역시 젊은 대표팀의 장점을 깨닫고, "이 선수들처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앞으로 대표팀이 돼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에 'APBC' 멤버들이 많이 뽑히지 못한 것은 누구보다 선동열 감독이 아쉬워했다. 부상과 부진에 빠진 선수들이 많아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구성할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력이 좋고, 이왕이면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뽑되 전체적인 팀 케미스트리 역시 고려 대상이었다. 특히 군미필자로 논란이 되는 선수들에 대해서 코칭스태프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 구성상 필요하고, 개인적인 목표도 있으니 더욱 열심히 뛸 것이라는 예상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엔트리는 한정적이라 안타까운 탈락자들도 나왔지만 여러 각도에서 고민한 결과였다.
대표팀도 엔트리 발표 직후 쏟아진 비난을 잘 알고있다.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지고 돌아와라', '은메달이나 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고민 끝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일단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