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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수가 부족했던 걸 탓해야 할까.
그 중 KT가 가장 아쉬운 건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다. 병역, 실력 두 가지 모두 걸린다. 고영표는 KT 창단 후, KT가 유일하게 키워낸 토종 선발 자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투수다. 그런데 대졸 출신으로 91년생이다.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이 아니면, 국제대회 출전으로 병역 혜택을 바랄 수가 없는 처지였다. KT는 팀의 간판 투수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기를 꼭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력이 부족한데 KT가 욕심만 냈다면 나쁘다. 하지만 실력도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유일한 토종 선발 축으로 8승12패를 기록했다. 올해는 3승7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중이다. 일단 올시즌 성적으로만 보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투수다. 3승 중 완투승을 2번이나 했다. 올시즌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는 토종 선발 투수들 중 네 번째로 낮다. 체인지업이 워낙 좋아 땅볼 유도가 능하다. 역할이 가장 겹치는 임기영(KIA 타이거즈)과 비교해 나쁜 성적도 아니다. 임기영은 3승5패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중이다.
아무래도 최근 개인 3연패가 마음에 걸린다. 대표팀 명단 발표일이 다가오며 더 많은 긴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고영표를 짓눌렀을 것이고, 고영표의 사정을 아는 김진욱 감독과 팀 동료들도 꼭 이기게 해주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야구에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고영표가 호투했던 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가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로 패배 빌미를 제공한 거에 대해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었다. 팀이 진 것도 화나지만, 고영표의 승리가 패전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물론, 아시안게임이 선수 개인의 병역 혜택을 위해 치러지는 대회는 아니다. 고영표가 더욱 확실하게 자기 실력을 보여줬다면, 분명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같은 유형의 임기영 박종훈(SK 와이번스) 박치국(두산 베어스)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냉정하게 돌이켜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KT 입장에서는 아쉬움을 삼킬라야 삼킬 수가 없다. 정말 실력대로 24인 엔트리가 완성됐으면 인정을 하겠지만, 실력 외 또 다른 안배 차원 선발도 없지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