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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최근 "매일 조마조마 한다"고 했다. 지난주 1위 두산 베어스와 2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3승3패를 했는데 이번주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3승3패"라고 했다. 이미 4승2패를 했으니 목표 초과다.
한화 구단내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6월 들어서도 설레발 금지는 유효하다. 선수들도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물으면 확답을 피한다. 정우람은 "매일 매일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혹시 그날이 오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정우람이 말하는 '그날'은 한화가 꿈에도 그리던 가을 야구, 바로 그날이다. 99%가 아닌 100%가 되는 날까지 한화 선수단 누구도 안심하지 못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화의 시즌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다. 4월을 넘어, 5월, 6월로 접어들면서 한화의 경기력이 계속 견고해지자 의구심은 점차 걷히고 있지만 이른바 'DTD(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논란은 끝이 없다.
한화는 점차 상위권팀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온갖 나쁜 모습을 다 보여줬던 팀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다.
한화는 역전승이 21차례로 전체 1위다. 역전패는 12차례로 전체 9위다. 뒷심은 상대로 하여금 부담을 주고, 팬들에게는 흥분을 선사한다. 뒤로 갈수록 강하다는 것은 끈기와 투지가 있다는 뜻이다.
한화는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4% 증가했다. 리그 최다인 6차례 홈경기 만원 관중을 기록했지만 1만3000명의 소규모 대전구장으로는 관중 동원에 한계가 있었다. 대신 원정경기 관중은 리그 1위다. 원정경기에서 총 43만7255명을 동원했다. 경기당 평균 1만5616명이었다. 원정관중 2위는 두산 베어스로 40만2315명(경기당 평균 1만3873명)이었다. 한화 돌풍이 이어지면서 원정경기시 한화팬도 상당하다.
희생번트는 10개로 리그 최소다. 선이 굵은 야구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정은원 서 균 박상원 지성준 등 새얼굴의 합류로 신구조화도 이뤘다.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도 밝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팀을 허술하게 보이는 수비 구멍도 상당히 메워졌다.
한화는 리빌딩과 성적을 한꺼번에 손에 넣고 있다. 상위권팀이 갖춰야 할 기본요소를 빠르게 체득중이다. 타팀 사령탑은 한화에 대해 "맞붙어보면 생갭다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한화팬들은 연일 '행복 야구'에 어리둥절한 페넌트레이스를 보내고 있다. 한화가 11년만에 가을야구를 품에 안을까? 미래를 누가 알까? 하지만 '2018년 한화'는 가을야구에 초대될만한 충분한 자격을 지닌 팀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