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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과연 17년 간 잠들어 있던 '아시아 특급' 타이틀을 달게 될까.
오타니의 경쟁자로 지목된 토레스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지난 2013년 아마추어 FA(자유계약선수)로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프로에 데뷔했고, 2016년 아롤디스 채프먼 영입을 위해 컵스가 양키스에 내준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 4명에 포함되어 팀을 옮겼다. 지난 4월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빅리그 첫 출전의 감격을 맛봤다. 이후 현재까지 104타수 33안타(9홈런),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주목 받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토레스보단 오타니가 좀 더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닝-타석수를 꾸준히 추가한다면 1919년 당시 베이브 루스(133⅓이닝, 543타석)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세웠던 한 시즌 100이닝-200타석 이상을 99년 만에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력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가 워낙 크다.
변수는 경력이다. 오타니는 지난 2013년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프로에 데뷔해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5시즌을 뛰면서 퍼시픽리그 다승왕(2015년), 최우수선수(2016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투-타 겸업은 니혼햄 입단 첫 해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17년까지 이어왔다. 이 경력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사례가 있다. 지난 2000~2001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각각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받았던 사사키 가즈히로와 이치로가 그랬다. 사사키는 당시 메이저리그 신인 최다 세이브(37세이브)를 기록했고, 이치로는 최다안타 1위(242안타), 리그 수위 타자(타율 3할5푼), 도루 1위(56도루) 등 타자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그러나 일본 무대에서 경력을 쌓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들을 '정통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투표 결과 신인상은 주어졌지만 설왕설래가 오갔다. 결국 이 논란은 2003년 마쓰이 히데키의 신인상 불발 논란으로 이어졌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떠나 양키스에 입단해 179안타(16홈런), 106타점을 기록한 마쓰이는 신인상급 성적을 냈다는 찬스를 받았다. 그러나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은 17홈런 73타점, 타율 2할8푼7리에 그친 앙헬 베로아(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돌아갔다. 기록 면에서는 한참 뒤지지만 '진짜 신인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오타니가 선배들처럼 '중고 신인' 취급을 받으며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데뷔 후 10년을 전후해 미국행을 택한 사사키(1989년)나 이치로(1992년), 마쓰이(1993년)에 비해 경력이 짧다. 루키 시즌에 99년 만의 리그 대기록에 도전하는 점 역시 돋보인다. 에인절스전을 앞둔 적장들마저 오타니의 '선발 등판-타순 포함'이 동시에 이뤄질지 관심을 두는 눈치다. 스스로 택한 도전에서 결과를 내고 있는 오타니를 두고 '중고 신인' 지적이 쉽게 나올 분위기는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