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야기] 로하스 사이클링 대기록, 피어밴드가 만들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5-30 10:41



'대기록의 영광을 내 동료 피어밴드에게!'

KT 위즈에 경사가 생겼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사이클링히트(히트 더 포 사이클) 대기록을 작성한 것. 타자가 한 경기에서 1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때려냈을 때 달성되는 기록으로, 로하스 사례 전까지 프로야구 출범 후 역대 24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로하스는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회에만 2번 타석에 들어서 홈런, 3루타를 치며 기록 달성 가능성을 만들더니 5회 우전안타, 7회 좌익수 앞 행운의 2루타로 대기록을 완성했다.

스위치타자인 로하스는 1회 좌완 장원삼을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서 홈런과 3루타를 쳐냈고, 5회 역시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을 만나 우타석에서 밀어치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마지막 2루타 때 상대한 투수는 우완 사이드암 우규민. 이 때는 좌타석에 들어서 밀었다기보다는, 약간 깎여 빗맞은 타구가 회전이 잘 걸리며 행운의 2루타가 됐다.

로하스의 기록이 더욱 희귀했던 건, 스위치타자가 타석을 번갈아가며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건 처음이기 때문. 그리고 보통 홈런이나 3루타 등 장타는 잡아당겼을 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로하스의 경우 타구 4개 모두 밀어쳐 만들어내며 괴력(?)을 과시했다. 사실 외야 구조가 특이한 삼성라이온즈파크의 도움을 살짝 받기도 했는데, 첫 홈런은 다른 구장이었으면 2루타가 되거나 플라이 아웃까지도 될 수 있는 타구였다. 직선거리로 가장 짧은 펜스쪽으로 날아가 넘어갔고, 3루타는 팔각 구조로 가장 깊은 우중간쪽으로 굴러갔다. 상대 수비가 자신이 아닌 홈에 쇄도하는 주자를 잡으려 했던 것도 행운이었다. 3루로 중계됐다면 접전 상황이 뻔했다. 로하스에게는 뭘 해도 되는 날이었다.

로하스의 대기록을 도운 사람이 또 있다. 바로 KT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로하스는 1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냈다. 깊은 곳으로 날아가겠다 싶었지만, 3루타까지는 큰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1루로 뛰어갈 때 덕아웃에 있던 피어밴드가 3루까지 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단다. 로하스는 피어밴드의 말만 듣고 그 때부터 뒤도 안돌아보고 3루까지 전력질주를 해 살았다. 밖에서 보는 동료 입장에서는 경기 초반 홈런에 3루타까지 기록하면 사이클링히트 달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피어밴드의 '큰 그림' 덕분에 로하스는 한국 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7회 2루타를 치고 손을 번쩍 든 로하스. 1루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모든 선수들이 반겨줬지만 피어밴드가 마치 자기 일인양 환영을 해줘 너무 기뻤다고 한다. 로하스는 "피어밴드에게 너무 고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KT는 올시즌 유한준이 4월 MVP로 선정되며 창단 후 첫 월간 MVP를 배출했고, 로하스가 창단 첫 사이클링히트 주인공이 됐다. 이렇게 새로운 기록들을 하나하나 세워가며 성장하는 KT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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