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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니퍼트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두산 베어스 시절 니퍼트는 에이스 중 에이스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니퍼트가 나온다면 두산이 승리한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상대를 압도하는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주무기 슬라이더가 좋았다. 거기에 이 위력적인 공들이 2m가 넘는 큰 키의 타점에서 내리 꽂혀지니 타자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상대팀들도 니퍼트 등판 경기는 승리하기 힘들다는 계산으로 팀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후반부터 점점 안좋아졌다고 해도 '그래도 니퍼트인데'라는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니퍼트 경기를 보면, 타자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완전히 받쳐놓고 공을 때린다. 니퍼트가 쩔쩔 매며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고, 유인구 승부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전성기 니퍼트라면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강력한 직구를 뿌리며 빠른 승부를 했었다. KIA전에서도 5이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했던 투구수가 무려 108개였다. 한 야구 전문가는 "심리적인 부분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상대 타자들은 투수의 최근 성적이나 경기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 선수가 최근 부진하다고 하면 분명히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니퍼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니퍼트인데'라며 반신반의 하는 순간 충분히 칠만한 공이 들어오면 그 자신감에 확신이 더해진다. 그렇게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구위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상대가 느끼는 변화가 큰 건 왜일까. 이 전문가는 "위기나 결정적인 순간 힘을 모아 던질 때가 필요한데, 부상 여파인지 그게 안되고 있다. 그러니 위기를 막아내던 그 모습이 사라지며 실점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투구 패턴이다. 타자들이 니퍼트를 어려워했던 건, 강력한 직구에 더해지는 슬라이더였다. 이 슬라이더에는 비밀이 있다.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올 때는 전성기 때도 피안타율이 높았다. 슬라이더 구위만으로는 A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스트라이크존에서 멀어져 나가는 공에 헛스윙이나 범타가 많은 케이스였다. 그런데 직구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하는지 구사 비율이 줄고 있다. 변화구 위주의 맞혀잡는 피칭을 한다. 최근 장타를 허용하는 걸 보면 거의 슬라이더가 몰리는 경우다. KIA전 1회 나지완의 만루홈런도 그랬다. 결국 자신의 공을 믿고 직구 구사비율을 높여야 슬라이더와 제 3변화구 체인지업의 위력도 올라간다. 지금 직구 구위면 타자들과 충분히 싸워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운 좋게 패전을 면한 니퍼트는 과연 다음 등판에서 시즌 세 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 타자들과의 기싸움에서부터 승리하고 나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상대는 니퍼트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KT와 선수 본인 모두 냉철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